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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특집 문화선교리포트
 

“뚝...딱...뚝...딱...”

7월의 어느 날, 새벽 2시가 넘은 깊은 밤입니다. 정체를 파악하기 힘든 불규칙한 소음이 집안에 잔잔하게 울려 퍼집니다. “어이구, 지금이 몇 시인데, 칼질을 하고 있니? 배고프면 우유나 빵을 먹지.” 한밤중에 부엌에 나와 도마 위에서 칼을 들고 있던 범인은 3초 동안 침묵한 후에 고백합니다. “그냥… 그냥… 요리가 너무 하고 싶어서요.”

다른 때 같으면 옥탑작업실 책상에 앉아 글을 쓰다가 잠이 들었을 시간인데, 빨간 토끼눈을 하고서 뜬금없이 요리를 하겠다고 서있는 딸에게 아버지는 한숨을 쉬며 말씀하십니다. “그래. 근데 너 칼질이 너무 서툴더구나. 요리학원에 다니든가 해야지. 위험하잖니?” 몇 주째 쓰고 또 써도 풀리지 않는 이야기를 붙잡고 있다가 지쳐버린 저는 불현듯 부엌으로 달려가 음식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글을 쓰는 작업에 진도가 나가지 않을 때마다 요리나 사진처럼 완성된 결과물을 빠르게 확인할 수 있는 일들을 하며 스트레스와 대결하는 것이 제가 선택한 생산적인 위로책입니다. 그러나 그 해 여름밤에 홀연히 나타난 이 증세는 좀 심했습니다. 몇 달 동안 모든 작업을 멈추고 오로지 요리에만 집중했기 때문입니다. 책을 읽다가 눈에 걸리는 부사와 형용사 하나에도 갑자기 만들고 싶은 샐러드가 떠오르고, 그림을 보거나 음악을 듣다가도 음식을 만들기 위해 부엌으로 달려가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요리는 나만이 번역할 수 있는 새로운 언어가 되었고, 저는 음식을 통해서 책상 위에 멈추어진 이야기를 계속 써나갔습니다. 가장 많이 만들었던 메뉴는 국수였습니다. 파스타와 냉모밀국수, 냉면과 콩국수 등 다양한 국수에 대한 영감을 준 것은 엉뚱하게도 다닐 샤프란의 첼로연주였습니다. 아주 오래된 악기의 나무냄새가 낮게 울려 퍼지는 그의 연주를 듣다보면, 마음속에 쌓아놓은 이야기들이 자꾸만 연결되어 새로운 국수들의 레시피로 나타났습니다. 첼로의 선율과 시원한 국수는 오래된 나무그늘의 넉넉한 시원함이 귀와 입 안에 펼쳐지는 새로운 오감을 선사합니다. 저에게 여름을 보내는 가장 효과적인 피서의 방법은 첼로와 국수입니다.


<냉모밀국수>


■ 재료

육수(가다랭이포 한 움큼 또는 멸치, 진간장, 맛술, 양파, 다시마, 무, 설탕, 식초, 소금, 겨자 등), 메밀국수(2줌 정도가 2인분), 무, 파, 김가루, 얼음, 와사비 등      


■ 요리방법

1. 냄비에 물 5~6컵을 붓고 깨끗하게 손질한 무 두 쪽과 양파 반 개, 다시마 등을 넣어 팔팔 끓인다.

2. 1이 끓으면 불을 끄고, 가다랭이포를 넣고 5분 정도 그대로 두었다가 체에 건진다(가다랭이포를 넣고 끓이면 맛이 떫어지므로 주의한다. 가다랭이포가 없을 경우엔 멸치를 넣고 국물을 내어도 담백한 맛을 낼 수 있다).

3. 2에서 국물을 낸 건더기들을 거르고, 진간장과 맛술, 소금, 설탕 등을 넣고 입맛에 맞게 간을 한다. 식혀서 냉장고에 넣는다. 

3. 파는 손질하여 송송 썰고 국물을 낸 다시마도 잘게 채를 썬다. 

4. 손질한 무는 찬물에 잠시 담가두어서 매운 맛을 없앤다. 강판이나 커터기로 갈아서 냉장고에 넣어둔다.

5. 팔팔 끓는 물에 메밀국수를 넣고 삶는다. 건져서 찬물에 헹구고 각자의 양대로 그릇에 담는다.

6. 5에 차가운 육수를 넉넉히 붓고 무즙, 김가루 등을 얹고 다시마채와 파를 곁들인다. 식성에 따라서 와사비를 함께 넣어서 먹는다(무즙을 만들 때 커터기에서 얼음과 함께 갈아 넣으면 좀 더 시원한 맛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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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문화매거진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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