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의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교회에서 성탄절 이브 밤을 지새우며 아침까지 시간을 보내는 올나이트 시간이 있었다. 1년에 한번 공식적으로 밤을 새울 수 있는 날이었고 그것도 동성끼리가 아니라 남녀학생들이 같이 밤새도록 놀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1년 내내 기다려지는 시간이었다. 그뿐 아니라 제비뽑기를 통해 남녀학생들을 커플로 만들어주는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어떤 여학생과 파트너가 되느냐는 남학생들에게 초미의 관심사가 되었다.
고등학교 2학년이었던 1992년 12월 24일! 그 운명의 시간이 다가왔다. 나는 정성껏 준비한, 여학생들이 좋아할 향수를 사들고 ‘어떤 자매일까? 평상시에 흠모했던 그녀의 파트너가 될 수 있을까?’ 등등 여러 가지 기대로 교회로 향했다. 그리고 어서 빨리 그 추첨의 시간이 되길 바라며 설레는 마음으로 여러 가지 행사에 성실한 자세로 임하고 있었다.
드디어 기다리던 순서 추첨의 시간, 한 장 한 장 번호표가 뽑혀 나가고 한 커플 한 커플이 맺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도 내 표는 뽑히지 않았다. 드디어 여자들의 마지막 번호표가 뽑혔지만 여전히 내 번호는 뽑히지 않았다. 이것이 어떻게 된 일인가 하였더니 글쎄 여자들의 숫자가 남자들보다 두 사람 적었던 것이다. 아뿔싸! 그리하여 나와 내 동갑내기 친구 하나가 그날 오직 한 쌍 남남 커플이 되었다. 우리는 울며 겨자 먹기로 서로 준비해온 선물을 교환하고 서로 괴로워하며 밤을 지새웠고 첫차가 다니는 시간이 되자마자 집으로 달려왔다. 지금 생각하면 재밌지만 그때 당시에는 참 속상했던 젊은 날의 상처(?)로 남아있던 시간이었다. 지금도 그런 행사를 하고 있는 교회가 있다면 나 같은 사람이 생기지 않도록 남녀의 비율을 정확하게 맞추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
장준하|무대를 사랑하고 노래를 사랑하고 춤을 사랑하는, 21세기의 보헤미안이 되고 싶은 평범한 직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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