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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특집 문화선교리포트

곳곳에 공장이 들어선 화성시는 황량했다. 식당 간판에 붙은 ‘매점’이라는 말이 눈에 들어왔다. 거기서 공장 노동자들의 일과를 짐작할 수 있었다. 공장에 들어가면 일주일은 외부로 나가지 못하고 꼬박 일해야 하는 생활패턴. ‘나’를 위해 돈을 벌고, 또 ‘나’를 위해 소비하는 노동자의 일상은, 사실 우리네 일상은 소비의 톱니바퀴 아래에서 수없이 짓이겨지고 있는 건 아닐까. 점심시간을 틈타 슬리퍼를 질질 끌며 텅 빈 거리를 돌아다니는 젊은 노동자의 찌푸린 얼굴. 담배 문 이빨 사이로 날숨같이 흩어지는 연기는 곧 살아있는 공장의 매연이었다. 공단을 벗어나 산안마을로 들어가는 좁은 길은, 그래서 다른 세계를 향한 터널이었다. ‘내 것’을 버리고, 너나없이 같이 잘 살자는 마을. 뜻을 같이 하는 이들과 함께 모여 살아가는 산안마을에서 삶의 또 다른 방식을 만났다.

‘소유’와 ‘분노’를 버리고 대하는 생명
응접실에서 만난 윤성렬 대표는 마치 늘 곧고 푸른 소나무 같았다. “자연계에는 ‘소유’라는 게 없잖아요. 하지만 인간의 자기중심적인 사고, 오만이 ‘소유’의 사고방식을 만들어냈죠. 그런 오만 없이 살아야 공존, 공생할 수 있지 않을까요?” 산안마을은 일본에서 농촌 공동체 운동을 실천한 야마기시 미요조의 활동을 접한 윤성렬 대표의 선친과 뜻있는 사람들이 함께 1966년 우리나라에서 야미기시의 사상을 나누고 배우는 ‘한국 야마기시즘 특별강습연찬회’를 처음 열면서 그 기원이 시작되었다. 이후 ‘함께 나누는 마을’에 대한 오랜 고민을 거듭한 끝에 1984년 산안마을이 탄생하였다. “야마기시 선생은 농사짓는 데서 생산한 사료로 양계를 하는 기술을 개발하기 시작했어요. 농사와 양계가 서로 연계되는 유기순환구조를 만든 거죠.” 덕분에 근방의 둑이 태풍으로 무너져 주변 농가의 피해가 극심했을 때에도, 야마기시 농가는 바닥에 볏짚을 충분히 깔아놓았기 때문에 계사가 떠 닭들이 살아남았단다. “닭을 키우는 사람의 마음이 어떤가에 따라 닭의 상태가 달라져요. 그래서 양계를 하는 사람은 분노, 화가 없는 사람이어야 하죠.” 어디 닭을 키우는 일만 그렇겠나. 사람과 자연, 마음과 마음은 모두 연결되어 있어 이미 순환되고 있는 것을. 그래서일까. 곳곳에서 만나는 산안마을 사람들의 표정은 경계심은커녕 한없이 밝고 친절하기만 하다.
산안마을 사람들은 자연을 소유하려는 오만함에서 떠나, 마음 속 분노를 버리고, 양계와 농업, 축산이 서로 어우러지도록 한다. 이는 산업적인 연관만을 뜻하지 않으며, 농사와 생활을 유기적으로 연결하여 그 자체로 ‘순환’과 ‘일체’를 이루어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워크캠프 중 외국인 학생들과 함께

김장하는 날

내 것, 내 돈, 내 아이로부터 자유로운 마을
현재 함께 살아가는 6가구의 식구들은 주로 양계 농장에서 저마다 직책을 맡아 바삐 일한다. 산안마을의 양계와 농업, 축산, 이 모든 것이 산안마을 사람들의 일과 삶, 생계의 바탕이 되고, 이를 통한 모든 수입은 마을에서 관리한다.
“산안마을에서는 ‘내 것’, ‘내 돈’은 존재하지 않아요. 먹을 것은 물론이고 책값, 아이들 학비도 모두 마을에서 지급하죠. 이곳의 아이들은 모두 우리 딸, 아들인데요.” 듣고 보니, 산안마을은 어쩌면 ‘마을’이라기보다는 ‘가족’인것 같다. 몇 가구가 모여 이룬 ‘큰 가족’. 만약 누군가 돈이나 물건이 더 필요하다고 하면 필요한 만큼 준다. “그래서 굳이 ‘공동’이라는 말도 쓸 필요가 없어요. 누가 특별히 얼마를 써야 한다는 제한도 없구요. 밖에서는 일을 많이 하는 사람이 더 많이 받게 되지만, 가정이란 곳은 그렇지 않잖아요. 버는 사람이 많이 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벌지않는 사람들이 더 많이 쓰게 되요. 일례로 대학생은 학비로, 노인들은 병원비로 비용이 많이 들잖아요. 그래도 되는 곳이 가정이죠.” 살아가는 터전 위에서 일을 하고, 함께 돈을 벌어, 공동으로 사용하며 또 필요한 만큼 나눠쓰는 곳. 산안마을의 별명이 ‘돈이 필요 없는 즐거운 마을’인 이유다. 산안마을은 ‘공동생활’을 연상케 하는 공간들로 구성되어 있다. 먹을거리를 함께 만들어 먹는 식당, 모두가 함께 모여 차를 마시고 수다를 떨 수 있는 큰 거실, 부부가 함께 사용하는 각 방들, 아이들이 모여 생활하는 방들, 가족회의 같은 기능을 하는 ‘연찬’을 위한 방, 모두의 옷을 정리해놓은 옷장방, 신발을 한꺼번에 정리해 놓은 신발장방, 공동세탁실 등의 공간이 소박하게 자리하고 있다. 공간조차도 내 책장, 내 옷장, 내 방의 개념이 없는 것이다. 아이들 또한 어렸을 때부터 가족 간의 구분 없이, 마을의 아이로서 사랑받으며 자란다. 초등학교 들어갈 때 즈음엔 부모와 떨어져 바로 옆 건물인 아이들 숙소로 옮겨 아이들끼리 같이 지낸다고. 어른들과 함께 있으면 어른이 아이를 규제하게 되지만, 아이들끼리 있으면 서로 형제가 되고, 혹시라도 나중에 이사를 하더라도 형제가 된 아이들끼리 관계를 계속 유지할 수 있단다.

설날식사

이는 ‘어린이 청소년 낙원촌’ 같은 프로그램이 활발한 이유다. “낙원촌은 여기 와서 살 수 없는 아이들도 1주일 정도 생활하면서 이곳 생활을 체험할 수 있게 해주는 것입니다. 거의 방학 때마다 오다보니 아이들끼리 새로운 형제 관계를 맺어요. 산안마을의 특정 공간이 낙원촌이 아니라, 아이들의 모임이 바로 낙원촌이 되는 거죠.”
이렇게 모두가 진정한 가족이 되어가는 사이, 이들은 개인주의적이고 도시적인 ‘소비적 삶’으로부터 자유롭게 살아간다. 산안마을은 분명 요즘 핵가족의 편리함이 놓치고 있는 무언가를 누리고 있다.

주장하는 ‘나’를 떠나, ‘나’를 관찰하는 연습
그렇다고 마을 안에 그들만의 학교를 만들지는 않았다. 산안마을 아이들만의 ‘대안교육’을 하는 것이 도리어 또 다른 구분을 만드는 게 아니냐는 우려 때문이다.“‘대안’을 고집하다보면 사회를 향해 경계를 긋게 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우리가 이치에 맞게 살아간다면 도리어 세상을 조금씩 바꿀 수 있지 않을까요. 아이들은 그래서 일반 학교에 보내요. 우리는 우리끼리의 ‘공동체’가 아닌, 세상과 연결되어 있다는 뜻의 ‘일체’를 지향하는 거죠. 자연을 있는그대로 소중하게 대하되, 무리하게 낭만적인 상상만으로 자연과 인위의 조화를 끌고 갈 수는 없다고 봐요.” 한편, 사람 사는 곳이다 보니 서로 다투는 일도 있지 않을까. “저희가 완벽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살아가면서 서로 의견이 같을 수만은 없잖아요. 사람은 자주 자기 생각에만 사로잡히게 되는데, 그럴 때마다 다함께 ‘무엇이 진실일까’ 생각합니다. 이를 ‘연찬’이라고 해요. 마을 돈을 크게 지출해야 할 때도 연찬을 해서 정말 필요한 것인지를 나눕니다. 내가 무엇인가 주장을 할 때에 한 걸음 떨어져서 주장하고 있는 ‘나’를 또 관찰하는 ‘나’를 두는 거죠. 두개의 ‘나’를 통해서 이 주장이 과연 옳은 것인지를 돌아보게 되요. 이러한 과정을 지나면서 서로 성숙해가는 것 같아요.” ‘영성’에서 말하는 나의 ‘객관화’ 과정이다. 나의 욕심을 내려놓고, 모두에게 가장 좋은 길을 모색하는 걸음들이 모여 가족이 자라고, 마을이 자란다.

“저는 청년 때보다 지금이 더 행복한 거 같아요. 우리 마누라도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웃음). 마을 사람들도 옛날보다 지금이 더 행복하지 않겠나 싶습니다. 저도 나이가 조금씩 들어가다 보니까, 요즘은 어떻게 해야 죽음과 친해질 것인가 생각해요. 그렇게 생각하면 지금 더 잘 살아야겠다 싶어요. 순간순간을 즐겁게, 다른 사람과 사이좋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윤성렬 대표의 이야기를 새기고 마을을 나서면서, 빈 거리를 터벅터벅 걷던 젊은 노동자가 떠올랐다. 이런 삶도 있다는 걸 안다면, 그는 기꺼이 소비의 톱니바퀴에서 빠져나와 바로 코앞에 있는 ‘일체’로 들어설수 있을까, 궁금해졌다. 글 김주원

산안마을 경기도 화성시 향남읍 구문천리 산141-1 ㅣ 031-353-3920 ㅣ
www.yamagishi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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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문화매거진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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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엄땡땡 2010/05/07 19:1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전 상신초등학교에다니는 엄땡땡 이라는아인데 저가 좋아하는사람이있어요 그런데 그사람이 산안마을에살아요 그애이름은 이소 땡 이라는 아이인데 그사람과잘됬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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