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8살, 카카오 밭에서 일해요
이와쓰키 유카 외, 이영미 옮김|서해문집
어릴 적의 난 무서울 것 없는 골목대장이었다. 엄마, 아빠가 말하는 모든 것들이 시시했고 마음먹으면 못할 일이란 없을 것으로 보였다. 그야말로 동화속의 피터 팬과 같이 거리낌 없이 뛰놀던 8살의 어느 날, 감당할 수 없는 세상이 다가왔다. 비오는 날, 어느 여자아이의 집에 놀러간 적이 있었다. 우산을 접고 집에 들어갔을 때 나는 기겁했다. 집 안에서는 아이의 엄마와 아빠가 물을 퍼내고 있었고, 그 어지러운 모양은 사람의 집이 아니었다. 태어나서 처음 본 그 판잣집은 세 식구가 꼭 끌어안지 않으면 나란히 눕기도 힘들어 보였다. 그 아이는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그 아이에게도 산타클로스는 찾아왔을까?
아이들이 있다. 한 아이는 "매일 아침 7시까지는 집안일을 하고, 그 후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는 공을 꿰맸다. 하루에 세 개의 공을 꿰매고 나면 받는 품삯은 700원이다.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방에서 매일 공을 꿰매던 아이는 결국 눈이 멀었다. 하지만 눈이 안 보여도 그 아이는 더듬더듬 공을 꿰맨다. 필리핀 마닐라에 사는 어떤 아이는 여덟 살 때 친구를 따라 동네를 다니다가 어떤 아줌마를 만났다. 아줌마는 일본인 아저씨들을 따라가라고 했고, 아이는 열한 살까지 성매매를 했다. 또 어떤 아이는 엄마가 아파서 빚을 갚기 위해서 집안에서 맞아가면서 일을 한다. 심지어 전쟁터에서 마약을 투약하고 총알받이로 끌려가는 아이들도 있다. 이런 아이들은 자신의 나이도 잘 모른다. "자신의 정확한 생년월일을 모르기 때문"이다. "태어났지만 존재하지 않는 사람"인 것이다. 아이가 아이답게 건강하게 자라는 것(요컨대 의무교육)을 방해하는 노동을 '아동노동'이라고 부른다. 이 숫자를 기억하자. 세계에 18살 이하의 아동노동자는 2억 1800만 명이 있다. 그리고 전 세계에서 학교에 못 가는 아이들이 1억 1500만 명이다. 아이들은 맞기 싫어서 일을 하고, 보고 싶은 TV도 못보고 책도 못보고 학교에 가서 친구도 만나지 못한다. 그 아이들은 산타의 선물을 받았을까? 더 큰 문제는 그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다. 그렇게 자란 세계의 8억 6천만 명의 어른이 읽기와 쓰기를 못한다. 글도 못 읽고, 할 줄 아는 일은 단순 노동밖에 없는 그들이 자신의 삶의 결단을 조금이라도 원하는 방향으로 내릴 수 있을까?
그런 어른들은 가난하기 때문에 다시 아이들을 일하러 보내고 있다. 자신과 아이들을 노예처럼 만들고 있다. 물론 문제는 단순하지 않다. 아이들에 대한 동정이 그들을 당장 해방시킬 수 없다는 것은 이제 누구나 안다. 아프리카와 남부 아시아를 관통하는 빈곤의 맥락에는 서구의 자원에 대한 탐욕과, 곡물재벌 '카길'의 횡포 등 구조화된 모순 또한 깔려있다. 하지만 더 문제는 그들이 만들어낸 '핏자국'이 묻어있는 상품들에 대해 우리가 의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사회의 끔찍함은 곧 이어 아이들의 노동을 소환할 기세이다. <나는 8살, 카카오 밭에서 일해요>는 어떤 썩 맘에 드는 답을 주지 않는다. 하지만 동시에 여전히 뛰고 있는 사람들의 숨 가쁨이 느껴진다. 이 박동소리가 멈추면 어떻게 하나 하는 안타까움을 멈출 수 가 없다. 글 양승훈
그대는 왜 촛불을 끄셨나요?
당대비평 기획위원회|산책자
촛불은 왜 꺼졌을까? 촛불의 밝음에 취했던 우리는 심지가 다 타는 것을 보지 못했다. 2008년의 촛불이 꺼진 지금 다시 촛불 시위의 기억들을 복원해보고 그 의미를 묻는다. "기륭 전자의 아줌마들에게는 촛불은 무엇이었을까? 혹은 <대한민국 헌법 제 1조> 노래가 주었던 의미는 어떤 것이었을까?" 이런 의미들을 다시금 되새겨볼 수 있다. 어둠이 빛을 이겨본 적이 없다는 것을 다시 확인하려면 말이다.
삼오식당
이명랑|뿔
우리 엄마의 이야기를 소설로 쓴다면 어떤 이야기가 될까? <침이 고인다>, <달려라 아비>를 썼던 김애란의 정서가 항상 서민들의 소박한 '추억'과 자신들이 살았던 공간에 대한 이야기들을 들려준다면, 이명랑 역시 그러한 정서를 공유한다. 동네 슈퍼마켓 앞의 평상에서 맥주 한잔을 걸칠 것 같은 아저씨들과 아줌마들의 이야기.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종종 탈출하고 싶은 발 딛는 곳의 이야기가 여기에 있다.
이와쓰키 유카 외, 이영미 옮김|서해문집
아이들이 있다. 한 아이는 "매일 아침 7시까지는 집안일을 하고, 그 후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는 공을 꿰맸다. 하루에 세 개의 공을 꿰매고 나면 받는 품삯은 700원이다.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방에서 매일 공을 꿰매던 아이는 결국 눈이 멀었다. 하지만 눈이 안 보여도 그 아이는 더듬더듬 공을 꿰맨다. 필리핀 마닐라에 사는 어떤 아이는 여덟 살 때 친구를 따라 동네를 다니다가 어떤 아줌마를 만났다. 아줌마는 일본인 아저씨들을 따라가라고 했고, 아이는 열한 살까지 성매매를 했다. 또 어떤 아이는 엄마가 아파서 빚을 갚기 위해서 집안에서 맞아가면서 일을 한다. 심지어 전쟁터에서 마약을 투약하고 총알받이로 끌려가는 아이들도 있다. 이런 아이들은 자신의 나이도 잘 모른다. "자신의 정확한 생년월일을 모르기 때문"이다. "태어났지만 존재하지 않는 사람"인 것이다. 아이가 아이답게 건강하게 자라는 것(요컨대 의무교육)을 방해하는 노동을 '아동노동'이라고 부른다. 이 숫자를 기억하자. 세계에 18살 이하의 아동노동자는 2억 1800만 명이 있다. 그리고 전 세계에서 학교에 못 가는 아이들이 1억 1500만 명이다. 아이들은 맞기 싫어서 일을 하고, 보고 싶은 TV도 못보고 책도 못보고 학교에 가서 친구도 만나지 못한다. 그 아이들은 산타의 선물을 받았을까? 더 큰 문제는 그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다. 그렇게 자란 세계의 8억 6천만 명의 어른이 읽기와 쓰기를 못한다. 글도 못 읽고, 할 줄 아는 일은 단순 노동밖에 없는 그들이 자신의 삶의 결단을 조금이라도 원하는 방향으로 내릴 수 있을까?
그런 어른들은 가난하기 때문에 다시 아이들을 일하러 보내고 있다. 자신과 아이들을 노예처럼 만들고 있다. 물론 문제는 단순하지 않다. 아이들에 대한 동정이 그들을 당장 해방시킬 수 없다는 것은 이제 누구나 안다. 아프리카와 남부 아시아를 관통하는 빈곤의 맥락에는 서구의 자원에 대한 탐욕과, 곡물재벌 '카길'의 횡포 등 구조화된 모순 또한 깔려있다. 하지만 더 문제는 그들이 만들어낸 '핏자국'이 묻어있는 상품들에 대해 우리가 의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사회의 끔찍함은 곧 이어 아이들의 노동을 소환할 기세이다. <나는 8살, 카카오 밭에서 일해요>는 어떤 썩 맘에 드는 답을 주지 않는다. 하지만 동시에 여전히 뛰고 있는 사람들의 숨 가쁨이 느껴진다. 이 박동소리가 멈추면 어떻게 하나 하는 안타까움을 멈출 수 가 없다. 글 양승훈
당대비평 기획위원회|산책자
촛불은 왜 꺼졌을까? 촛불의 밝음에 취했던 우리는 심지가 다 타는 것을 보지 못했다. 2008년의 촛불이 꺼진 지금 다시 촛불 시위의 기억들을 복원해보고 그 의미를 묻는다. "기륭 전자의 아줌마들에게는 촛불은 무엇이었을까? 혹은 <대한민국 헌법 제 1조> 노래가 주었던 의미는 어떤 것이었을까?" 이런 의미들을 다시금 되새겨볼 수 있다. 어둠이 빛을 이겨본 적이 없다는 것을 다시 확인하려면 말이다.
이명랑|뿔
우리 엄마의 이야기를 소설로 쓴다면 어떤 이야기가 될까? <침이 고인다>, <달려라 아비>를 썼던 김애란의 정서가 항상 서민들의 소박한 '추억'과 자신들이 살았던 공간에 대한 이야기들을 들려준다면, 이명랑 역시 그러한 정서를 공유한다. 동네 슈퍼마켓 앞의 평상에서 맥주 한잔을 걸칠 것 같은 아저씨들과 아줌마들의 이야기.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종종 탈출하고 싶은 발 딛는 곳의 이야기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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