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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특집 문화선교리포트
도르르, 내 몸 한 바퀴 돌면 끝인 크기의 침대에서 뭘 하고 놀면 재미있을까 고민한다. 정신을 쏙 빼놓고 마음껏 놀아본 지가 언제인가? 고민의 끝에는 꼭 나를 재밌게 해줄 무언가를 찾게 된다. 왜 스스로 재미있을 수 없을까? 놀아줄 대상이나 도구를 찾기 전에 스스로 번뜩이는 재미를 찾고 싶다. 그러면서 보통 어른들보다 더 바쁜 요즘 아이들에게 컴퓨터 게임만 하지 말고, 놀이동산 가자고 떼쓰지 말고, 돈 안 드는 자연에서 놀아 보라고 말한다. ‘자연이라면 무조건 좋은 줄 알지.’ 마음속에 찾아든 막막함을 짐짓 무시한 채 검색을 한다. <열두 달 자연놀이>라는 책에 내가 찾던 놀이들이 좌르륵 쏟아진다. ‘맞아, 난 이렇게 놀고 싶었어! 근데 한 번도 이렇게 놀지 못했어.’ 책 리뷰엔 혼자만 알고 아껴보고 싶은 책이라며, 알콩달콩 아이와 노는 엄마들 이야기가 잔뜩이다. 오호라! 당장 만나야겠다. 글 정미희

그냥 놀면 돼요
취재가 잡힌 주말, 비소식이 들린다. 자연놀이니 밖에서 놀듯 취재하자고 약속했는데…. 더럭 아쉽고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전화를 하니 “비와도 상관없어요. 비 온다고 못 노나요.” 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그런가? 비가 와도 밖에서 놀 수 있나?’ 조금 걱정스럽지만 일정을 미루지 않기로 한다. 그리고 취재 날 아침, 기다렸다는 듯 장대비가 쏟아졌다. ‘붉나무’라 이름 지은 강우근, 나은희 부부와 두 아들이 살고 있는 집에 도착하니 곳곳에 아이들 동화책이며 만들기 놀이들이 가득하다. 나무(초5)와 단(초4)이를 키우며 자연 속에서 어떻게 놀면 재미있을지 요리조리 궁리한 것들을 잡지에 연재하다가 책을 냈단다. 강우근 씨는 주로 어린이 책에 그림을 그리고, 나은희 씨는 어린이 책 만드는 일을 한다. 요즘 아이들은 컴퓨터 게임만 좋아하고 혼자 노는 법을 모르는 것 같다고 입을 떼니, 강우근 씨가 그건 모르는 소리란다. “아이들이 못 노는 게 아니에요. 아이들에게 장소, 시간, 집단만 주면 얼마든지 잘 놀아요. 그런데 어른들이 아이들이 못 논다고 하고, 놀이를 또 공부처럼 가르치려고 하지.” 가끔 자연놀이에 대한 외부 강좌를 나갈 일이 생기는데 그 때마다 아이들조차 뭔가 배워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다. “오늘 뭐하고 놀아요?” 묻는 아이에게 “숲에 가서 놀지” 했더니 “숲에서 뭐하고 놀아요?”라는 물음이 따라오고, “그냥 놀지” 했더니 아이가 당황해 하더란다. 노는 일을 책상 앞에 마주 앉아 이야기하는 것도 어불성설. 우산 들고 나가 보자.

우산 들고, 아파트를 누비다
부슬부슬 비가 오지만, 덕분에 나무들은 더 싱그럽다. 어디서 놀까 기대했더니, 아파트 단지 앞
어디에나 있는 풀밭에 자리를 잡으신다. 얼마 전 훌쩍 자란 풀들을 다 베어버린 뒤라 아직 풀들이 여리다고 아쉬워하시며 토끼풀을 쑥쑥 뜯어 능숙하게 안경을 만들어주신다. 꽃반지는 알았는데, 안경도 만드는구나. “생태놀이 하러 가면 사람들이 풀을 이렇게 많이 뜯어도 되냐고 물어요. 이것도 자연 파괴 아니냐고. 그래도 원래 이런 풀들은 금세 또 자라니 괜찮아요.” 쯧, 산 훌쩍 깎아내어 집 짓고, 강을 흙으로 메우는 일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면서들. 또 나뭇잎 한 장 뜯어내 폭탄 소리 들려주신다.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연신 나뭇잎 폭탄을 터트리시는 걸 보니, 정말 노는 거구나 싶다. 나는 놀지 않고, 놀아준다고만 하면 어찌 같이 노는 사람이 즐거울 수 있으랴. 내가 재밌어서 즐겨야 그게 정말 노는 거다.
풀밭에 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풀잎 한 장 한장을 툭툭 떼어 맛보라신다. “이거 정말 그냥 먹어도 돼요?” 평소에 화학첨가물 잔뜩 들어간 음식을 잘도 먹으면서 이런 거엔 또 겁을
낸다. 풀잎들은 어쩜 그렇게 다 다른 맛을 내는 걸까. 괭이 풀에서 맛있는 신맛이 난다. “얼마 전에 아이들에게 가르쳐줬더니, 이거 집에 가서 먹어야 된다며 한 움큼씩 뜯어가더라고요. 그럴 땐 좀 마음이 미안하지, 풀들한테.” 슬렁슬렁 걸어가시다가 “수수꽃다리 잎 사랑점 아세요?” 하신다. 사랑점? 혹한 마음을 감추며 모른다 했더니, 수수꽃다리 잎을 여러 번 겹쳐 이로 살짝 깨물어 보라신다. 뭘까 싶어 살짝 깨물었더니 3초 후 입 안 가득 아린 맛이 퍼진다. ‘아이쿠, 속았구나.’ 혀끝에서 전이되는 아린 맛에 괴로워하고 있자니 앵두나무에서 앵두 하나를 따주신다. 얼른 입에 넣고 씹으니 상큼한 앵두 맛에 아린 맛이 금세 가신다. 그렇게 아파트 단지 나무들을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아파트에 살고 있어 자연은 멀리 있다 생각했는데 이렇게 많은 식물들이 나와 함께 살고 있었구나 새삼 깨닫는다. “사실 알고 보면 산보다 아파트 단지에 있는 나무들이 더 종류도 다양하고, 놀 거리들이 많아요.” 그렇구나. 놀 것들이 지천이구나. 가졌다고 다 누릴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새삼 깨닫는다.

혼자 들떠 즐거이 놀았지만, 비 오는 날이라 좋은 사진들을 담지 못했다. 그래서 평소 강우근 씨가 두 아들과 놀며 찍은 사진을 얻었다. 부럽다 하지 않고, 당신도, 나도 놀아볼 수 있다. 책에서 힌트를 얻고, 노하우는 우리가 쌓아갈 일이다. 이렇게도 놀았지 싶어 새록새록하다. 자연놀이는 내 주변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는 작고 소소한 생물들을 내 일상의 동반자로 품는 시간이다. 자연을 즐기며 누리는 방법을 깨달은 자만이 그것들의 소중함과 변하지 않는 가치를 기억하며 몸으로 살아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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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문화매거진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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