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 작은 시골 마을 민들레공동체에 살고 있다. 공동체에서 생활하며 농사짓고, 공동체에서 운영하는 민들레학교에서 아이들도 가르치며 함께 산다. 원고 청탁을 받고 무슨 글을 써야 할지 많이 고민했는데 농사짓고, 흙을 만지고, 시골에서 사는 내 소소한 일상 말고는 딱히 쓸 이야기가 없어 그냥 약간 사소할 수 있는 내가 사는 이야기를 써내려가려 한다.
요즘은 봄 농사가 한창이다. 밭과 논에 농사짓기 위해 거름을 뿌리고 두둑과 고랑을 만드는 것부터 씨앗과 모종을 심고 물을 주고 관리하는 것까지, 큰일에서부터 자잘한 일들까지 많은 일로 정신없이 일한다. 며칠 전 채소와 꽃, 허브 씨앗을 하루 종일이 걸려 심었는데 갑자기 날씨가 추워져서 싹이 나다가 죽지않을까 걱정을 많이 했다. 그런데 오늘 보니 씨앗이 흙을 비집고 나와 싹을 틔우는데 얼마나 예쁘고 사랑스러운지. 그 작은 새싹을 보면서 그렇게 많던 걱정과 피곤한 일상의 잡념들이 눈 녹듯 사라지고, 얼핏 보면 보이지도 않을 그 작은 새싹을 어떻게 키울까 생각하니 가슴만 설레었 다. 일을 할 때 이런 순간이 때때로 있다. 힘들고 피곤한 일들로 포기하고 싶고 마냥 쉬운 것을 하고만 싶을 때 정말 사소하지만 절대적인 위로를 주는 것들이 있다. 논일을 하면 논에 진흙과 물이 많다 보니 진흙에 늘 발이 무릎까지 빠지기도 하고, 괭이질을 한다거나 잡초를 뽑을 땐 정말 힘들다. 그런데 그렇게 정신없이 일하다 보면 가끔씩 불어오는 바람이 얼마나 감사하고 좋은지 모른다. 그리고 또 하늘은 어찌나 푸르고, 구름은 또 어찌나 예쁜지 그것은 그냥 생각만으론 알 수 없다. 땀을 흘려야지 바람이 시원하다는 것을 알 수 있고, 땡볕에 일을 해봐야만 구름이 해를 가릴 때의 아름다움을 알 수 있다.
우리는 삶의 대부분을 조금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조금 더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조금 더 좋은 것을 가지기 위해 산다. 그런 것들을 위해 필요 이상의 에너지를 소비하고 시간을 낭비하는지 생각해 보면 회의감이 들 때가 많지만, 다른 길이나 대안을 생각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결국엔 그렇게 자신이 별로 원하지도 않는 일을 어쩔 수 없이 선택하고, 공부를 하고, 삶을 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게 노력하면 일부 원하는 직장에 들어갈 수 있고, 돈을 벌고, 삶을 살 수 있다. 하지만 그 삶이 얼마나 나에게 행복감을 줄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그리 특별한 것은 없다.
난 내가 정말 원하고 좋아하며, 즐기며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생각한다. 물론 자신만 좋은 일을 해서는 안되겠지만 즐기며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만큼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텃밭이나 화단을 가꾸면 난 정말 아름답게 채소와 꽃들을 키워보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내가 잘하고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일을 내가 할 수 있는 한 가장 아름답게, 소박하지만 스스로 만족하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위로가 되는 정갈한 텃밭과 화단으로 만들고 싶다. 그렇게 나는 대단하진 않지만 조금만 노력하면 텃밭에서 위로를 받고 작은 화단에서 꿈꿀 수 있다. 그렇게 나를 표현하고 즐길 수만 있다면 충분한 것 같다. 그래서 나는 흙냄새, 풀냄새 맡으며 농사짓는다. 할 것이 없어서 농사짓는 것도 아니고 어쩔 수 없어 농사짓는 것도아니다. 난 그렇게 내가 좋아라 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 내가 직접 아름다움을 만들어 내고 그것을 통해 나를 드러내고 그것이 내 삶을 지속하게 해준다면 조금 가난해도 조금 더뎌도 괜찮다.
김진하|지리산 산청 골짜기에서 흙냄새, 풀냄새 맡으며 농사짓는 서툰 풋내기 농사꾼. 민들레공동체에서 생활하며 민들레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함께 일하며, 매일매일 농사일로 머리가 꽉 차있다. 아름다움을 사랑하고 느낀 대로 사는 고민 많고 속 편한 스무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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