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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특집 문화선교리포트


“저기, 학생. 배가 많이 고픈 게 아니면, 여기서 김밥 먹지 말고 집에 가서 엄마가 차려주신 밥을 먹도록 해요. 시험 끝난 날인데 엄마가 궁금해 하고 기다리실 거예요.” 등받이가 없는 동그란 의자에 책가방을 놓고 있는 학생에게 할머니는 위엄 있게 말씀하셨다. 무안해진 아이는 할머니의 카리스마가 빛나는 친절한 충고에 순종하기로 하고, 이 집 대표 메뉴인 김밥을 포기하기는 너무 아쉬워서 포장해달라고 작은 목소리로 말한다.

김밥이 든 비닐봉지를 손에 매달고 집에 돌아와 보니, 일 하느라 늘 바쁜 엄마가 일부러 시간을 내어 밥상을 차려놓고 기다리고 있다. 평소에 어른들의 잔소리에 귀를 잘 기울이지 않는 아이는 할머니의 충고를 듣기 잘했다는 전무후무한 생각을 하며, 김밥을 마치 엄마를 위한 선물인 것처럼 밥상 위에 펼쳐놓았다. 할머니의 김밥에는 인스턴트로 만든 식재료가 전혀 들어가지 않는다. 계란이 들어가는 것만 빼면 채식주의자들을 위해 연구한 메뉴처럼 보이는 특별한 김밥이다. 참기름과 깨소금을 풍부하게 넣고 비빈 찰진 밥에 단무지 대신 직접 달콤새콤하게 재운 아삭한 뒷맛의 하얀 무와 오이, 당근, 그리고 두툼한 계란지단이 함께 들어가는 이 김밥은 입안에 한가득 푸짐하게 담긴다. 이 특별한 김밥이 탄생하게 된 계기는 이렇다. 할머니의 아들이 어린 시절부터 편식이 심해서 건강이 걱정되었는데, 궁리 끝에 아이가 싫어하는 멸치나 야채를 넣고 주먹밥을 만들어서 먹이니 잘 먹더라는 것이다. 주먹밥은 보다 효율적인 김밥으로 응용하게 됐다. 아이들은 할머니의 의도대로 인스턴트 음식을 즐기지 않는 바람직한 입맛의 어른들로 성장했고, 주변에서 김밥을 먹어본 이웃들의 권유로 혼자서 운영하기에 알맞은 작은 분식집을 열게 된 것이라고 하셨다.

가끔씩 할머니의 김밥을 떠올릴 때마다, 나는 밥 속에 담긴 마음이 삶을 살아가게 하는 힘이 되는 것임을 생각한다. 필요하고 중요한 것들, 그러나 때로는 피하고 싶은 것들을 해낼 수 있는 힘, 꼭꼭 씹어 먹으며 참고 견디게 하는 힘,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밥심’, 밥의 마음은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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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문화매거진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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