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터데스크 관리자

도움말
닫기
적용하기   첫페이지 만들기

태터데스크 메시지

저장하였습니다.

SPECIAL 특집 문화선교리포트
에디터 노영신



어떻게 살아야 스스로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살 수 있을까. 문득 문득 떠오르는 이 엄청난 질문 앞에 때로는 무력감이, 때로는 희망이 마음을 이리저리 주무른다. 도심 속 대학로를 과감히 떠나 파주 저 벌판의 끝에서 자본주의적 소비생활을 거스르며 ‘대안적 삶’의 뿌리를 내리고자 땅으로 돌아간 이들이 있다. 혜화교회로 일컬어지던 무리들을 이끌고 이제는 ‘뜨락’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영성문화공동체를 일구어 가고 있는 강해송·채혜원 목사 부부. 행복으로 충만한 사람들에게서는 무언가 다른 기운이 느껴진다. 삶의 아픔도, 고통도, 눈물도 이미 여기를 지나 저 너머로 던져진 듯, 여유로 가득 찬 미소만이 삶을 항해한다.


그들이 파주로 간 까닭은

예술마을 헤이리를 좀 더 지나 깊숙한 곳으로 들어오고 나니 한가로운 시골 읍내 풍경이 펼쳐진다. 어딜 봐도 허허벌판인 것 같은 곳, 작은 오솔길로 구불구불 돌아가자, ‘뜨락’의 자랑거리인 작은 황토방이 얼굴을 내민다.

아내 채혜원 목사는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에서 13년 반 동안 해외협력관계를 담당하며 일을 해 왔다. “앞만 보고 달려왔던 인생이었죠. 어느 날, 이제 더 이상은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 안의 다른 감성이 빛을 볼 수 있도록 해주고 싶었죠. 자연과 함께, 살고픈 가슴 속 열망이 강하게 일어났어요.” 그녀는 그 길로, 오랜 시간 해왔던 총회 일을 딱 접었다. 그리고서 15년 전에 지인들과 십시일반 사두었던 파주 땅 이곳에 남편 강해송 목사와 함께 들어와 터를 가꾸고 집을 짓기 시작한 것. 남편이 목회하던 혜화교회를 잇는 ‘뜨락’은 2005년 4월의 봄날, 이렇게 만들어졌고, 스무 명 정도의 가족과 같은 성도들이 함께 모여 예배도 드리고 삶을 나누고 있다.

뜨락은 아무것도 없었던 땅에 사람의 손길과 땀방울, 그리고 자연에 대한 애정으로 완성된 아름다운 하나의 작품이다. 손수 구들을 놓아 지은 뜨끈뜨끈한 황토방, 붕어가 살도록 공들여 만든 연못, 성도들의 한 땀 한 땀으로 이루어진 예배당의 십자가 퀼트, 천연비누 등 모든 것이 자연과 영성과 문화를 담아내고자 하는 뜨락의 ‘핸드메이드 라이프’ 정신을 빛나게 한다. 햇살이 찬란하게 비추는 방 한 켠에는 남편이 직접 만든 화덕이 멋스럽게 자리하고 있고, 그 따뜻한 온기는 마음을 가다듬고 마시는 차 한 잔의 여유와 무척 닮았다. 참 평온한 오후구나.


대안은 자연이다
‘뜨락’의 명물은 뭐니 뭐니 해도 단연 화장실이다. ‘아름답고 자연친화적인 해우소’라는 표지를 앞에 두고도 어디인지 몰라 처음 오는 사람들은 두리번거리기 일쑤. 작은 돌다리 너머 비탈진 산기슭에 나뭇가지 울타리로 둘러쳐진 재래식 화장실은 지붕도 없다. 자연과 함께 살아가기로 한 이상, 이 정도의 불편함은 즐겁게 받아들이기로 한 이들 부부의 의지가 담겨있는 곳이다.

도시에서만 살아왔던 이들, 자연과 어우러지는 데에는 어려움이 없었을까. “3년 걸렸어요, 자연과 친해지는 데에. 소비적인 생활패턴의 편안함에 익숙해져 있었던 내 몸이 뜨거운 햇볕, 거친 바람 등의 생생한 자연을 만나고 나면 며칠씩 앓았죠. 자연에게 가까이 다가서면 설수록 나를 밀쳐내는 것만 같기도 했구요.” 그러던 어느 날 채목사의 눈에 우연히 책 한 권의 제목이 확 들어왔단다. <그래, 땅이 받아줍디까>! “딱 내 마음이더라구요. 꼭 자연이 제게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았어요. ‘그렇게 오랜 세월 나와 상관없이 살더니 이제 와서 나와 친해지겠다고? 그게 어디 쉬운 줄 아니?’” ‘손님’이 아닌 ‘동반자’로 자연에게 다가가기 시작했을 때 비로소 마음을 열고 자연과 만날 수 있었다고.

“햇빛 한 줄기가 우리를 살게 하죠. 우리가 자연과 하나 되기 시작하면 매순간 인간의 원형으로 돌아갈 수 있어요. 대안은 자연입니다. 모세가 그 원조 아닐까요? 만나와 메추라기로 그 날 먹을 것을 주셨던 분과 함께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삶을 살았으니까요.” 자급자족적인 농촌목회를 꿈꿔왔던 남편 강해송 목사의 말에 힘이 느껴진다. “서울에서 어떤 버스에 걸려 있는 광고를 보니, ‘뱃살 관리해드립니다’라고 적혀 있더군요. 왜 나의 뱃살을 남이 관리해줍니까? 그것도 돈을 주고요.” 순간, 모두들 자신의 배에 스윽 눈이 간다. “저는 이렇게 잘 먹어도 뱃살 하나도 없어요. 장작을 얼마나 패는데요. 하하!” 자본주의 사회에서 정작 내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소비중심의 삶에 이끌려 허구적 웰빙을 추구하는 이들을 향해 강 목사는 이야기한다. 땅으로, 돌아가라고.


‘숨’을 쉬고자
평일날 고요했던 뜨락은 주일이면 예배를 드리러 오는 이들과 가족들로 하루 종일 들썩인다. 흙으로 만들어진 작은 예배실에 모여 ‘싱잉볼’의 우주를 울리는 공명으로 시작된 예배는 하나님과 나, 그리고 너를 만나게 하는 축제의 장이다. 주일마다 성도들이 돌아가면서 식사를 도맡아 식탁공동체를 이루고, 작년 겨울에는 100포기에 가까운 김장을 해 마당의 장독대에 가득 묻기도 했다고. 이 뜨락의 예배에 참여하는 아이들은 주일마다 집으로 돌아가는 일이 아주 힘겹다. “눈썰매를 타고 하루 종일 신나게 놀다가 서울로 돌아가야 하니, 오죽 싫겠어요. 차타고 나갈 때 울고불고 난리죠. 호호.”

뜨락 마당 여기저기 자리한 텃밭에서는 때마다 유기농 채소들이 마술처럼 차고 넘쳐 늘 식탁을 풍요롭게 한다. “씨를 뿌려 본 사람은 알아요. 집착과 욕심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는 게 무엇인지. 그저 씨를 뿌렸을 뿐인데 무럭무럭 자라고 열매를 맺어 우리를 이토록 행복하게 하잖아요. 이곳에 와서 ‘소유’에 대해 다시금 배우게 됐어요. 넘치도록 채우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매일 느끼게 되죠.”

이들 부부는 이제 ‘숲속자연학교’를 비롯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자연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 갈 예정이다. “이것을 ‘숨’이라고 부르고 싶어요. 생명의 본질인 숨을 통해 나와 너, 그리고 자연과 깊이 만날 수 있는 삶을 살도록 돕고 싶어요.”



개미와 베짱이

하루 일과가 어떻게 되냐고 물으면서 우문인 것 같아 아차, 싶었다. “해 뜨면 일어나고, 해 지면 자는 거죠.” 그럴 줄 알았다. 내내 인터뷰는 무슨 인터뷰냐며 좋은 차 마시고, 맛있는 음식 먹으며 놀다 가라는 강해송 목사의 대답이다. “예수님도 늘 먹을 것을 중요하게 여기셨어요. 맛있는 것을 먹으면 그것이 연소되면서 좋은 에너지를 내게 되죠. 잘 먹어야 되요. 그래야 삶 속에 질량을 가질 수 있어요.” 때로는 도인같이, 때로는 푸근한 이웃집 아저씨같이 먹고 수다를 떨다가는, 어느 새 장작을 패러 나가는 사람. “난 이것도 노는 거에요. 원래 노동과 놀이는 하나니까.” 아니나 다를까, 남편이 찍어놓은 동영상을 보니 아내는 열심히 흙을 파며 삽질을 하고 있고, 자신은 춤추듯 카메라를 이리저리 돌리며 뜨락의 풍경을 돌아보고 있다. 동영상 제목이 ‘개미와 베짱이’이라나.

“한가로워야 해요.” 이야기를 나누다가 일어나 춤을 추기도 하는 그의 모습 속에서 삶을 즐기는 여유가 흘러나온다. 몸이 좋은 기분을 느낄 수 있는 만큼만 일한다는 그는, 지금 이 때 무얼 위해 사는가를 돌아보지 않고는 행복을 느낄 수 없다고 말한다. “세상에는 세 종류의 사람이 있어요. 이런 삶을 부러워하지 않는 사람, 부러워는 하지만 그렇게 살지는 못하는 사람, 부러워하다가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


편안하고 익숙했던 것과 결별해 먹고, 놀고, 기도하며 그렇게 자연과 온전히 일치되어 가는 그들의 삶은 스콧 니어링과 헬렌 니어링 부부의 그것과 닮았다. 사람을 치유하는 자연과 뜨겁게 사랑하며, 소박하게 사는 삶 속에서 풍요의 비밀을 누리는 삶. 분명, 부럽다. 이제 어떻게 살까, 고민은 다시 시작되었다.

저작자 표시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Posted by 문화매거진 오늘

트랙백 주소 : http://cultureonul.com/trackback/49 관련글 쓰기

댓글을 달아 주세요



문화매거진 <오늘> 구입처

문화매거진 <오늘> 구입처


오늘의 생각

오늘의 생각


<오늘> 기자 모집

탄소 다이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