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이 영화는 그저 가벼운 소품이다. ‘픽’하고 웃을 수 있는 농담 같다고나 할까? 요즘 독립영화 중에도 만만찮은 기술적 완성도를 보여주는 작품들이 많은데 이 영화는 그런 것도 아니다. 화면이 거칠고 어둡다. 그도 그럴 것이 제작비 천만 원으로 만든 작품이기 때문이다. 적은 돈과 가벼운 아이디어를 가지고 만든 일종의 조크인데, 깔끔하고 재밌다.
이 영화는 아주 가벼운 가정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어떤 남자가 혼자서 여행을 갔는데 예쁜 여자가 말을 걸어온다면 어떻게 될까? 어떤 남자가 홀로 시외버스를 탔는데 못생긴 여자가 옆에서 계속 떠들어대면 어떻게 될까? 모든 남자들이 하는 생각이다. 남자는 시외버스를 탈 때마다 자기 옆자리에 혹시 젊은 여자가 앉지 않을까 상상하고 기대하는 존재다. 낯선 곳에 가면 언제나 아름다운 여인과 뜻하지 않은 인연을 꿈꾼다. 물론 여자들도 그런 상상을 하겠지만, 남자에게 그런 경향이 특히 강하다. 또 남자는 어느 여자든지 일단 ‘걸리면’ 끝장을 봐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생각은 그 남자의 지적 수준, 성격, 취향 등과 상관이 없는 극히 동물적인 본능에서 나온다. 바로 수컷의 본능인 것이다. 이 영화는 그런 수컷의 지리멸렬함을 보여준다.
홍상수 감독도 이런 주제를 자신의 영화에서 많이 다뤘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에서 남자는 노골적으로 찌질하게 나오고, 술도 맛있게 먹는다. 이 영화는 그렇게 노골적이지 않고술도 맛있어 보이지 않지만 <낮술>이 보여주는 남자의 모습이 좀 더 리얼하다. 그런 면에서 <낮술>은 ‘수컷의 발견’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재근|날라리의 기질과 애국자의 기질을 동시에 타고 났다. 그래서 인생이 오락가락이다. 어렸을 때 잠시 운동권을 하다, 20대 때는 영상 일을 했었고, 30대 초중반부터 다시 운동권이 됐다가, 요즘엔 다시 날라리로 돌아가 대중문화비평을 하고 있다. 때때로 책도 쓴다. 인터넷 아지트는 http://ooljiana.tistory.com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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