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이 우리에게 허락하신 이 땅에서의 삶은 한정되어 있다. 그렇지만 그 한정된 시간 안에서 우리가 배울 수 있고, 할 수 있는 일들은 참으로 다양하다. 그러한 배움과 다양한 일들 가운데도 나와 함께 있는 가족과 동료들을 사랑할 수 있는 시간이 여전히 주어지고 있다는 것과 내가 지금 여기에서 누구에겐가 이웃이 될 수 있는 처지에 있다는 사실이 새삼 감사하였다. 신학생들을 잘 가르치는 것이 그 중 귀한 일이라는 것도 더욱 가슴에 새길 수 있었다. 아직 갈 길 멀지만 실제로 이러한 깨달음을 조금씩이나마 실천하며 살 수 있게 된 것도 지난 세월 동안 배움의 결과이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더욱 인간다운 인간이 되어가는 기회이자 과정이다. 물론 해가 감에 따라 몸의 기운이 떨어져 감도 사실이다. 그러나 기력이 떨어져 가면 그에 따라 선택과 집중의 지혜가 더욱 빛을 발하게 될 수도 있다. 그리고 보면 때를 따라 주어지는 장점이 있다. 젊은 시절은 왕성한 활력이, 나이가 더 들어가면 백발로 상징되는 지혜와 여유로움이 그것이다. “젊은 자의 영화는 그의 힘이요 늙은 자의 아름다움은 백발이니라” (잠20:29). 그러나 모든 사람이 이러한 삶을 누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나름대로 하나님의 때와 뜻을 분별하여 그에 걸맞는 삶을 사는 지혜를 발휘할 때에만 허락되는 것이다. 그것은 곧 의로운 삶을 향한 노력을 말한다. “백발은 영화의 면류관이라 공의로운 길에서 얻으리라”(잠16:31).
오늘 우리 사회는 하나님의 때를 인간들의 욕망에 의하여 조작하는 문화로 편만하다. 나이가 들어도 성형수술을 통하여 항상 젊음을 유지하려는 유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어른들도 청소년과 같은 패션을 함께 나눌 정도로 나이가 드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물론 이러한 사회문화의 배경에는 인간의 젊음에 대한 욕망, 나이 들어감과 그 결과로서의 죽음에 대한 두려움, 소비시장을 단순ㆍ확대하려는 소비문화적 특성이 자리한다. 그 결과는 ‘사회의 유아화’이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들이지만 여전히 단순한 이분법적 논리, 즉 흑백논리로 상대방을 판단하고, 사실에 대한 적확성보다는 피상적 이미지로 상황을 판단하는 유혹에서 자유롭지 않음도 이러한 유아적 문화의 영향과 깊은 상관성을 가진다.
이제 또 새해를 맞는다. 나이도 한 살 더 먹게 된다. 그만큼 성숙해가는 우리가 되기를 원한다. 성숙이란 공의로운 인간됨, 즉 인간다운 인간이 되어 감을 뜻한다. 그것은 원래의 인간의 모습, 즉 하나님의 형상을 회복함을 말한다. 하나님의 형상을 회복한다는 것은 무엇보다 하나님과의 관계회복, 이웃과의 관계, 나아가 자연과의 관계회복을 뜻한다. 2010년 새해도 할 일은 참 많겠지만 그 중에서도 하나님과의 관계, 가족과 친지와 사회적 약자 섬김, 그리고 자연을 돌봄에 우선순위를 두면서 ‘나의 때’ 안에서 ‘하나님의 때’를 분별하는 지혜와 실천의 삶을 소망한다!
발행인 임성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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