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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특집 문화선교리포트
 

“뭐 특별히 할 것도 없는데, 서울 시내나 돌아다녀볼까? 어때? 성탄절의 서울 밤거리를 볼 기회도 많지 않잖아? 한 바퀴 휙 돌아보자.”

한 7-8년 전쯤인가? 교회의 성탄 행사를 끝나고 나니 밤 11시였다. 성탄예배를 새벽에 드리는지라 그 사이 집에 갔다 오기도 뭐해서 그냥 후배 교역자들과 사무실에 있었다. 그러다가 문득 성탄의 밤거리를 돌아다녀보자는 생각이 떠올랐다. 모두 의기투합하여 차를 끌고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성탄절을 늘 교회에서만 보낸 터라, 새로운 경험이라며 다들 재밌어 했다. 종로, 명동, 신촌, 대학로, 압구정동, 강남역 등등 도심 곳곳을 돌아다녔는데, 그때 본 서울의 밤은 젊은이들의 열기로 가득했다. 보는 시각에 따라서는 타락한 성탄절 풍경이라며 한탄할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당시의 우리들에게는 마치 서울 전역이 성탄을 축하하는 파티의 장소로 변한 것처럼 보였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교회 아닌 도심의 거리에서 성탄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 새로웠다.


성탄절 밤거리, 거대한 파티가 열리고 있었다

당시 우리들의 눈에 비친 그들, 친구들이나 연인과 어울려 즐거운 성탄절을 보내기 위해 도심의 밤거리를 노니는 그들의 모습은 그렇게 문제 있어 보이지 않았다. 도리어 성탄절이 교회의 영역을 넘어 이미 전시민적인 축제의 날이 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축제를 보내는 방법의 문제는 일단 제쳐두고, 어떻든 그때 본 서울 밤거리의 성탄절은 신앙 유무를 떠나 모두 즐겁게 지내고자 애쓰는 거대한 파티의 장처럼 보였다. 너무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거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개인의 생일에도 온 가족이 함께 무언가를 준비하고 축하하는데, 예수님의 생일에 동기야 어떻든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즐겁고 재미있게 지내기 위해 거리로 쏟아져 나오는 게 훨씬 나을 수도 있지 않을까? 그때 우리는 이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요즘 성탄절 문화가 심각하게 타락했다고, 성탄의 정신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향락과 퇴폐만 남았다고 한탄하는데, 언제까지 그렇게 비판만하고 있을 것인가? 성탄절을 맞아 이왕 즐겁게 지내려는 사람들, 그들이 좀 더 넉넉하고 행복하게 즐기도록 교회가 도울 순 없을까? 교회 안에서의 성탄예배나 자체적인 행사만 하지 말고, 도심의 수많은 저들을 위한 성탄절 준비를 할 수는 없을까?”


성탄절, 이미 우리들만의 리그를 넘어섰다

사실 근래 성탄절 문화에 대한 교회의 목소리는 대부분 부정적인 염려의 시각으로 채워져 있다. 성탄절 문화가 왜곡되었다고, 진정한 주인이 사라진 절기가 되었다고 한탄한다. 성탄절의 주체는 교회가 되어야 하는데, 그 주도권을 세상에 빼앗겼다고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 그래서 다시 바른 성탄문화를 회복해야 한다고 역설하며 나름대로 애써서 준비한 성탄 행사를 진행하는가 하면, 화려한 성탄 트리와 장식으로 사람들을 눈길을 끌기도 한다. 나아가 건전한 성탄절을 보내자고 캠페인을 벌이고 홍보하기도 한다.  

하지만 과연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이미 세상은 교회에 대해 눈과 귀를 닫고 교회와 높은 담을 쌓고 있는데, 교회가 외치는 성탄문화에 대한 우려에 얼마나 귀를 기울일지 의문이다. 차라리 성탄절을 교회가 주도해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성탄절의 '보편적 문화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태도를 갖는 게, 이 시대의 성탄절 문화에 교회가 제대로 공헌할 수 있는 길이 아닐까 한다.  

성탄절은 우리들 거라고, 우리가 성탄절의 주인이라고 외치며 목소리를 높이는 일은 이제 그만 하자는 말이다. 대신 보다 적극적으로 세상의 이웃들과 성탄의 즐거움을 나누고 함께 누리기 위한 방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종교나 국적을 떠나 이 지구상에 살고 있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미 매년 성탄 시즌이 되면 나름대로의 즐거움을 누리고자 애쓰고 있다. 이제 성탄절은 우리 기독교인들의 축제나 제의를 넘어서 모든 시민들, 아니, 온 인류가 함께 누리고 즐기는 인류 최대의 명절이 되었다는 사실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기독교인이 아니더라도 연말연시와 맞물려 재밌고 즐겁게 보내고 싶은 시기이면서, 동시에 왠지 흘러가버리는 시간을 바라보며 가장 경건해지고 싶은 절기인 것이다.


이제는 다함께 즐거운 파티, 파티를!

교회가 그 사실을 인정하고, 오히려 이러한 시대적 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개방성과 지혜가 필요하다. 성탄절 풍속의 문제점에 대한 비판에 치우치다보면, 성탄절의 보편적 문화화가 얼마나 큰 은혜이며 특권일 수 있는 지를 잊기 쉽다. 성탄은 인류의 구세주가 탄생하신 날이고 그래서 우선 즐거워야 한다. 우리들만의 리그가 아니라, 주위의 시민들과 함께 그 즐거움을 나눌 수 있도록 교회가 준비하고 배려해야 한다. 이를 통해 교회가 세상에 말하고 싶은 성탄의 진정한 의미를 담는다면, 넉넉한 성탄절의 풍경 속에 교회가 좀 더 풍성하고 유쾌하게 세상과 만나며 소통할 수 있지 않을까?

다시 말해 성탄행사가 지금까지처럼 교회 내의 예배나 친교 모임, 행사로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보다 적극적으로 세상을 찾아가서 그들과 소통하고 함께 즐거워할 수 있는, 그러면서도 성탄의 진정성을 함께 누릴 수 있는 축제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 교회의 주인 되시며 온 인류를 위해 이 세상에 오신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는 이 날을, 교회가 세상을 향해 가장 인심 후하게 나누고 베푸는 절기로 삼아야 한다. 성탄절만이라도 사람들이 유쾌하게 즐길 거리를 만들어주는 거다. 온 시민, 주민들이 참여하는 아기 예수의 생일 파티를!



최은호갇힌 틀을 깨고 새로움과 변화의 물결에 두둥실 떠다닐 수 있는 인간으로 살고 싶다. 건강하고 아름다운 기독교문화의 풍성한 나눔을 위해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문화법인 사무국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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