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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특집 문화선교리포트
안양 ‘친구야 놀자’ 어린이집

먼발치에서도 도드라지게 봄을 알리는 개나리 색 울타리 사이로 알록달록 미끄럼틀이 이층 붉은 벽돌집을 가로지른다. 붉은 벽돌집에 따닥따닥 정리한 아이들의 신발을 보고 있자니 아기돼지 삼형제 동화 속 튼튼한 벽돌집에 온 것처럼 마음 한편이 든든해진다. 이층 계단을 오르니 아
이들이 빙 둘러 재재거린다. 동화 속 늑대를 바라보는 아기돼지의 긴장과 견제 따위는 없다. 낯선 사람인지라 아이들과 평행선 긋듯 나란히 올
라갈 줄 알았는데 다들 먼저 다가와 반갑게 인사를 하며 헤헤거린다. 글 홍신혜ㆍ사진 정미희

아이들이 주체가 되는 놀이
먼저, 맏이(6-7세)들이 지내는 ‘무지개방’에 들어가 볼까. 오전 나들이를 앞두고 쑥을 함께 뜯을 짝을 정하는 회의가 한창이다. 선생님은 아이들의 의견을 정리해서 화이트보드에 적기만 할 뿐, 회의 진행은 아이들이 주체가 된다. 뭐가 그리 재밌는지 이야기가 쑥덕쑥덕 이야기가 끊이지 않고, 낄낄 웃음소리도 멈추지 않는다. 맺어진 짝은 모두 마음에 든 모양이다. 쑥을 담을 바구니를 목에 걸고 한껏 발랄해진다. 자, 이제 쑥 캐기 탐험대 준비 완료. 짝지와 함께 출동이다! 터전 뒤편으로 난 작은 숲길을 따라 10분만 걸어가면 야트막한 언덕이 나온다. 터전 둘레에 농사지을 수 있는 텃밭도 있다. 아이들은 산을 오르며 진달래도 따먹고, 달래꽃도 따먹는다. 자연에서 마주치는 것들은 이미 아이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새로운 장난감일 뿐이다.
매일 2시간, 공동육아에서는 아이들에게 탐색과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어린이집 밖에 있는 산이나 들, 공원 등 자연과 지역 자원을 활용한 나들이를 한다. 이렇게 자연 속에서 잘 논 아이들은 놀이를 할 줄 알게 되고, 놀 줄 알게 되면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스스로 만들어나갈 수 있는 주체성이 생긴다.


튼튼한 벽돌집을 얻기까지

‘친구야 놀자’ 어린이집이 처음부터 지금의 영구 터전을 갖고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이곳에서도 아기돼지 삼형제의 초가집 시절과 오두막집 시절이 있었다.
첫 터전은 2001년 20여 가구가 모여 안양시 동안구 관양동 축사를 개조해 만든 것이었다. 마당이 넓고 깨끗한 조립식 건물이었기에 출자금 문턱도 낮았다. 힘을 합해 공동육아를 꾸려오던 중 전세 계약만료 기간이 다가왔고, 새로운 터전이 필요했다. 터전을 구할 동안 조합원(출자금을 내고 어린이를 보내는 부모)의 집이 두 달간 임시 터전이 되었다. 아파트 1층 조합원 집을 놀이방으로 삼고, 15층 조합원 집에서는 아이들이 낮잠을 잤다. 1층과 15층을 오가면서 보낸 두 달여의 시간동안 아이들은 물론이고 조합원들끼리 유대감이 더욱 끈끈해졌다. 하지만 출자금을 마련하고 터전을 옮기는 과정에서, 전세가 아닌 영구 터전을 구입하며 높아진 출자금에 부담을 느껴 하나둘 탈퇴하는 조합원이 생겼다. -공동육아의 현실적인 고민은 공통적으로 터전이다. 터전을 근간으로 하고 있기에 항상 공동육아 어린이집의 현실 고민도 터전에서 분리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부모가 돈을 마련하고 터전을 마련하면 재계약이 기다린다. 아이들이 놀고 뛰노는 터전이 대부분 임대계약이기에 역량을 쌓고 뿌리내리지 못한 채 다른 공간으로 옮겨간다- 영구 터전으로 옮겨 안정을 찾으면서 새로운 구성원이 생겨났다. 자란다는 것이 모두 그런 것처럼, 생채기가 생기고 아물면서 지금의 공동체를 이룬 것이다.
아이들은 느긋하고 행복한 교육을 받고 있지만, 사실 부모들은 할 일이 많아 분주하다. 터전 청소도 부모 몫이고, 어린이집에서 일어나는 여러 일들을 부모님과 교사가 함께 의논해서 풀어나가야 한다. 집안 살림 하나 꾸리는 데도 결정할 일들이 많은데 공동육아 살림이야 오죽하랴. 2005년 지금의 터전에 자리 잡으면서 부모들의 품을 줄이기 위해 맞벌이로 바쁜 평일에는 청소
선생님을 모시고, 주말에는 아마(아빠와 엄마의 준말)가 나와 직접 청소하는 것으로 합의점을 찾았다. 바깥에서 보자면 중산층의 여유가 느껴질지도 모를 일이지만, 이들은 삶의 최우선을 아이들의 행복지수로 삼았기에 검소한 생활이 쌓여 오늘의 영구터전을 일군 것이라 하겠다. 경제적 관점으로 보면 대출을 받으면서까지 공동육아를 지지하는 건 바보같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편리함과 효율성을 미덕으로 생각하는 세상에서 가능한 변화들을 만들어 가고 있는 씩씩한 족적이다.

‘친구야 놀자’ 어린이집은 세시歲時 행사를 통해 이웃을 만든다. 그래서 단오에는 항상 단오잔치를 하고, 떡을 만드는 날이면 넉넉하게 만들어 이웃 어른들과 나누는 것도 잊지 않는다. 처음엔 공동육아 아이들의 활동시간과 이웃집 아이들의 낮잠 시간이 겹쳐 항의하기도 했던 이웃 할머니께서 이제는 좋은 먹을거리가 있으면 챙겨주시기도 하고 아이들의 인사를 반갑게 맞아주신다. 아이들이 텃밭을 오간다고 싫어하시던 이웃 어른들도 밭이랑으로만 조심조심 다니는 아이들을 알아보고는 이제 대견해 하신단다. ‘친구야 놀자’ 아이들은 그렇게 남을 앞서고 남보다 많이 가져서 생기는 힘이 아닌, 더불어 살아가는 소중한 힘을 키우고 있다.

친구야 놀자 어린이집
안양시 동안구 비산 3동 285-2번지 l 031-385-7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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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문화매거진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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