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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특집 문화선교리포트
오전 10시 방이역 근처. 출근하는 사람들로 북적이던 골목길이 한산해질 때쯤 골목길은 다시 커피 볶는 냄새로 가득 찬다. 그 커피의 향을 따라 발걸음을 옮기다 보면 동네 주막집으로 보이
는 빨간색 건물 앞에 도착하게 된다. 간판에 적힌 이름은 커피밀<coffee+meal>. 커피 한잔으로 한 끼 식사를 대신하라는 걸까? 가게 안으로 한 발짝 들어서자 사방에 흩어져 있던 구수한
커피 향들이 내 콧속을 파고든다.


동네 반상회가 열리는 카페
“저와 커피의 만남은 중학생 시절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아버지께서 은행에 근무하시면서 일본으로 출장이 잦았어요. 당시 일본의 후지뱅크로부터 온라인 시스템을 도입하고자 오사카를 자주 방문하셨죠. 그때 아버지는 오사카의 한 카페에서 핸드드립 커피를 접하셨고 그 맛을 잊지 못해 로스팅 된 원두를 직접 집으로 가져 오셨습니다. 커피가 다방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당시에 가족들과 함께 드립커피의 진한 향을 느낄 때가 아마 1979년 일거에요.” 처음 커피를 알게 된 때를 회상하며 멋쩍은 듯이 웃는 윤선주 목사. ‘지역사회와의 소통’에 대하여 고민하다가 카페를 열게 된 그는 ‘커피밀’의 창업자이자, 디딤돌교회 담임목사이다. 카페를 담론의 장으로 활용하여 지역공동체와 대화하고자 했던 오랜 꿈을 이룬 것이다.
최근 많은 교회들이 카페를 운영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지만, 대부분 자기 교회 내에 머물면서 교인들을 위한 공간으로 남고 만다. 또 카페를 앞세워 문화사역을 한다고 하면서 교회를 선전하거나 전도를 위한 수단으로 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윤선주 목사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자 디딤돌교회와 카페 커피밀을 공간적으로도, 사역적으로도 분리시켜 온전히 지역사회와 동네를 위한 카페로 다듬어왔다. 세상과 소통하고자 하는 진실한 마음이 없다면 카페라는 옷을 예쁘게 차려입어도 찾아오는 이들을 향하여 다른 마음을 먹기 마련이기 때문. 그래선지 커피밀에는 그 흔한 말씀 구절조차 없다. 교회의 색깔을 지우고 대신 구석에 작은 십자가 하나를 두었을 뿐이다. 동네의 주막집을 인수하여 시작한 카페는 이제 지역사회의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감당하고 있다. 지역을 섬기는 사역으로 매주 수요일마다 반상회가 열리는데 커피가 무료로 제공되어 인기가 아주 높다고. 내년 3월까지 예약이 꽉 차 있을 정도란다. 반상회에는 주민들과 함께 지역 문제를 놓고 깊이 있는 대화가 오고간다. 작년 성탄절에는 부녀회 주관으로 1일 찻집을 열어 수익금으로 파주의 한 양로원에 쌀을 전달하기도 했다고.

커피 한 잔으로 나누는 사랑
커피밀에서 마시는 커피는 단순한 커피 한 잔이 아니다. 커피밀에서 사용하는 생두는 중남미와 아프리카를 비롯한 동남아시아의 커피생산국에서 수입되는데, 현지 농민들에 의해 자율적으로 운영되는 커피 농장들과 협약하여 생산자에게 정당한 가격을 보장하는 공정무역을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커피 노동자들이 안정된 생활을 보장하고, 유기농 커피를 사용하여 친환경적이며, 판매수익금의 일부는 사회적 약자인 이웃을 위해 사용된다고. 매년 수익의 30% 이상을 지역 복지시설과 ‘굿네이버스’와 같은 NGO 단체에 기부하여 국내외 빈곤아동을 후원하기로 하는 등 지역사회의 변화를 위한 운동에도 앞장서고 있다. 기업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보다 모두가 더불어 잘 사는 공동체자본주의를 꿈꾸기 때문이다. 이러한 커피밀의 나눔과 섬김의 정신은 작년 10
월 15일에 1호점을 오픈한지 채 1년이 안되어 7호점을 준비하는 놀라운 성과를 이루어 내기도 했다. 게다가 이 소중한 비전과 가치를 인정하는 여러 교회들이 협력을 요청해 오고 있어, 얼마 전 커피밀 5호점을 하남시의 동부제일교회에서 오픈했고, 부산의 수영로교회에서 6호점을 준비 중에 있단다.
작은 교회와 대형교회가 협력하는 아름다운 사역모델을 제시하면서 한국 교회의 변화에도 힘을 쏟고 있다. 7호점은 홍대 앞에서 카페 교회를 목표로 준비하고 있는데 신촌지역의 기독교문화 형성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윤선주 목사

사람과 만나게 하는 커피

“사실 커피는 역사적으로 기독교와 깊은 인연을 맺고 있습니다. 중세 당시 많은 종교개혁자들의 모임이 카페에서 있었죠. 타락한 교회에 대한 반성과 함께 수많은 개혁사상들이 카페에서 탄생했어요. 당시 교황은 커피를 악마의 음료로 규정하였고 카페의 폐쇄를 명령하기도 했습니다. 교황은 커피의 화형식에서 많은 원두를 불에 태웠어요. 커피의 화형식이 진행되는 동안 불에 타는 원두의 향에 반한 교황은 그 맛을 보고 커피에 반했죠. 급기야 화형식을 멈추고 커피에 세례를 주었습니다. 그리고 커피를 교회의 음료로 선포했죠.”
교황이 그랬던 것처럼 커피에 반한 그는 바리스타 자격증도 모자라, 2년 넘게 커피를 공부하면서 커피의 역사를 비롯한 다양한 지식을 습득했다. 커피공장을 찾아다니며 일을 배우기도 하고 커피전문가들을 찾아다니며 지방을 돌기도 했다. 마치 무림의 고수 밑에서 무공을 연마하듯 설거지에서 부터 잔심부름까지 도맡으면서 익힌 그의 커피내리는 실력은 보통이 아니다. 맛과 향을 넘어 한 잔의 커피에 사람을 대하는 깊은 마음까지 담아내려 한다. 주님께 하듯 말이다.


지역을 섬기던 공동체, 새로운 꿈을 꾸다

그는 2004년 12월, 처음 교회를 시작하면서 이례적으로 ‘교회창립설명회’를 열었다. 지역사회를 섬기고자 하는 교회의 비전을 처음부터 함께 이야기하면서, 이에 공감하는 사람들과 만나고자 한 것이다.“ 지역사회교육협의회 건물을 빌려 창립예배를 드리면서 어떤 교회를 만들어가고자 하는지 나누었어요. 그리고 그 다음주에 18명이 등록하면서 교회가 시작되었죠. 개척초기부터 지금까지 지역공동체와 함께 호흡하고자 몸부림쳤어요. 무의탁장애노인시설에서 자원봉사를 하다가 지금은 재단 이사장이 되었고 지역의 소통 공간으로 시작한 카페가 주민들뿐만 아니라 노동부에서 사회적 기업을 제안할 만큼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는 것 같아요.” 커피밀은 이제 시선을 선교지로 돌렸다. 지금의 공정무역, 즉 중간유통단계의 거품을 빼고 직접 가공하여 생산자와 소비자에게 더 많은 이익을 가져다주려는 이 노력을 선교와 연결하면서 선교지와 동등한 관계에서 서로가 윈-윈 하는 비즈니스 선교모델을 모색하고 있다. 선교사를 통하여 현지인들과 접촉하고 그들의 생산물을 한국에서 소비하는 경제협력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더 나아가 인도네시아에 커피 농장을 직접 운영하는 계획도 구상중이다. 그는 <복음과 상황>에 착한 소비운동에 관한 글을 연재하면서 ‘우리가 마시는 한 잔의 커피가 제3세계에 있는 가난한 이웃에게는 한 끼의 식사가 될 수 있다’는 커피밀의 정신을 전하고 있다. 그곳에서 마시는 한 잔의 커피가 더 맛있게 느껴지는 이유는 교회와 세상을 밝히고자 하는 누군가의 간절한 바람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귓가에 스치는 바람이 차가워지는 오늘 커피 한잔이 더욱 생각난다. 글ㆍ사진 김승환




커피밀

서울시 송파구 방이동 208-18
02-3431-1005
www.coffeemeal.com
방이역 4번 출구에서 20미터 직진 후 좌회전하고 우회전 후 다시 좌회전하면 아파트 앞에 있다. 


교회에서 카페를 운영하려고 할 때

교회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것은 이제 더이상 낯선 일이 아니다. 그러나 어떤 정체성으로 카페를 운영하는지는 제각기 다른 이유일지 모른다. 그렇다면 우리 교회 카페, 과연 어디에 속할까? 혹은, 앞으로 카페를 운영하고자 하는 교회는 어떠한 방향을 추구해야 할까. 커피밀 윤선주 목사로부터 듣는 ‘교회 카페를 위한 조언’에 귀를 기울여보자.

1. 친교를 위한 공간
초창기 교회에 카페가 등장하게 된 가장 대표적인 이유다. 교회 성도들의 친교를 위한 공간으로, 카페라기보다는 ‘휴게실’ 의 개념이 더 강하다. 그렇기 때문에 자연스레 교회에서 예배나 행사가 있을 때에만 운영되고, 교회가 조용한 날에는 카페도 썰렁하거나, 문이 잠겨 있기가 일쑤. 또한 영업허가 없이 세금도 내지 않은 채운영하고 있는 곳이 많다.

2. 전도를 하기 위한 공간 카페를 ‘전도용’으로 운영하는 경우다.
교회에 대한 거부감을 희석시켜, 카페를 통해 자연스럽게 교회에 발을 디딜 수 있게 하는 전략이다. 지역사회에 교회를 홍보하는 것을 넘어, 비신자들을 교회에 등록시키는 것이 가장 최종적인 목적이 될수 있어 카페가 전도용의 도구화가 될 가능성이 많다.

3. 지역사회를 위한 섬김의 공간
주인공은 교회가 아닌, 지역사회다. 지역사회를 섬기고자 하는 목적으로 교회의 좋은 공간과 맛있는 커피 등을 나누는 곳이다. 교회와 지역사회를 잇는 소통의 장이 되어 일상의 건강한 문화를 함께 나누고 만들어가게 된다. 이때 카페는 그 지역의 동네사랑방으로서 주민들과 함께 살기 좋은 마을을 이루어가는 데 중요한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다.

 

Q&A

교회가 카페를 운영할 때 가장 고려해야 할 점은 무엇입니까?
어떠한 목적으로 카페를 운영하려 하는지 잘 살펴보아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운영보다는 기독교적 가치를 실천하는 것을 우선으로 하려는 자세입니다. 물론 현실적으로 수익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으나 처음부터 수익만을 목적으로
한다면 득보다는 실이 더 많은 결과가 초래될 수 있습니다.

교회에서 운영하는 카페, 어떤 곳이 되어야 할까요?
단순히 교회 성도들을 위한 휴식공간으로 한정짓지 말고, 교회 밖 지역 주민들도 찾을 수 있는 카페로 만들어가면 좋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양하고 창의적인 전략들이 동원되어야 합니다. 커피밀의 경우, 카페 공간을 문화적 콘텐츠로 채워 나가고, 반상회 유치 등을 통해 지역 사회의 사랑방 공간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해 가고 있습니다.

교회와 카페의 관계 정립, 그리고 예산 운영은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교회와 카페는 서로 독립적이면서도, 또한 서로를 지원하는 관계가 좋겠습니다. 즉 교회의 한 부서나 사역팀을 만들어 카페를 따로 주관하는 형태로 하는 것을 적극 권장합니다. 그러나 카페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모두 교회의 성도여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또한 기존의 교회의사결정 구조인 당회나 제직회 등에 편입시키기보다는 관리부서나 주관하는 팀에서 운영을 책임지도록 하고 교회는 이를 적극 지원하는 구조가 좋겠습니다.
그리고 카페 예산 운영 역시 되도록 교회와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교회가 직영하는 경우 자칫 교회가 교인과 지역주민을 상대로 장사한다는 인상을 주기 십상이기 때문입니다.


교회에서 운영하는 대표적인 카페, 찾아가 볼까?

동숭교회 ‘에쯔’
서울시 종로구 동숭동 195-6|02-743-0017|
www.ds.or.kr
대학로에 많은 카페가 있지만 담배연
기 없는 깨끗한 공기, 저렴한 가격, 질 좋고 맛있는 ‘일리 illy’ 커피로 유명한 카페는 단연 동숭교회 카페 ‘에쯔’이다. 훤히 보이는 창, 가운데 자리한 피아노 한 대가 클래식하면서도 모던한 느낌을 물씬 나게 한다. 주변의 직장인  연극이나 뮤지컬 등의 예술인, 공연을 보고자 대학로를 찾은 관람객들 사이에서는 이미 소문이 많이 났다. 수익금은 모두 구순구개열 수술을 받아야 하는 동남아시아 어린이들을 위해 사용되고 있다고.

순복음수지교회 ‘아포에르’
경기도 용인시 풍덕천2동 1150-4|031-262-2663|
www.fgsj.org ‘귀인’(A person of exalted rand)이라는 뜻이 담긴 ‘아포에르’. 카페를 찾아오는 사람들은 모두 ‘고귀한 손님’ 이라는 마음에서 만든 이름이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 입구에 위치한 교회 일층이라, 카페를 찾는 사람은 하루 100여명. 넓고 세련되면서도 조용한 아늑함이 있어 지역주민들이 애용하고 있다. 또한 매월 두 차례 공연되는 콘서트와 저렴한 커피 가격 등은 ‘아포에르’의 매력 포인트. 수익금은 모두 선교사 후원, 청소년 장학금 지원, 불우이웃 돕기에 사용한다.

삼청교회 ‘엔’
서울 종로구 팔판동 49-1|02-733-1054|
www.samchung.or.kr
삼청동 길가에 자리한 카페 ‘엔’은
교회 담벼락에 자리했다는 사실을 눈치 채기 전까지는 교회에서 운영하는 카페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최고급 수준인 독일 달마이어 원두를 사용하고 자원봉사가 아닌 바리스타 전문가가 직접 커피를 내리지만 가격은 시중보다 저렴하다. 영성, 여행, 자기계발 등의 분야의 책들이 1200권 가량 있는 북카페로 삼청동 나들이로 찾는 이들에게 인기다. 이 카페 ‘엔’의 수익은 삼청교회 어린이도서관 ‘꿈과쉼’을 위해 사용된다.

분당만나교회 ‘파구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 393|031-706-3351
편안한 분위기의 인테리어와 120여 석의
좌석이 마련되어 있는 넓은 공간으로 이루어져있다. 매주 금요일 좋은 영화를 선별하여 무료상영하기도 하고, 때에 따라서는 멋진 공연이 이루어지기도 한다니, 커피와 함께 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을 한 셈. 수익금 전액은 물론 지역사회와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사용된다.

본교회 ‘폴라리스’
서울시 성북구 삼선동 3가 5-1|02-742-6285|
www.thechurch.or.kr
본교회 1층, 지역 주민들이 가장
쉽게 드나들 수 있는 위치에 마련된 북카페 ‘폴라리스’는 그 지역에서 서점이나 북카페를 쉽게 찾을 수 없는 곳에 자리 잡고 있기에 더욱 사랑을 받는 공간. 건물 밖에 늘어서있는 녹색 파라솔과 유리로 만들어진 외관은 교회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이라면 잠깐 발걸음을 멈추고 커피 한 잔과 함께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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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문화매거진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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