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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특집 문화선교리포트

스타벅스가 대신할 수 없는 자리
비엔나에서 베이징에 이르기까지 12,440개의 국제적 아울렛을 운영하고 있는 글로벌 브랜드 스타벅스 커피체인점은 이른바 ‘새로운 카페 문화’를 창조해냈다. 또한 궁극적인 카페국가(?)인 프랑스에도 만만치 않은 도전장을 내밀었다. 가장 전통적인 카페문화를 간직하고 있는 프랑스에서는 노천카페의 좁은 의자에 걸터앉아 숯처럼 새까만 에스프레소 커피를 마시면서, 한 손에 물린 담배를 계속 피워대며 지나가는 행인들을 구경하는 것이 전형적인 카페의 이미지다. 스타벅스의 쾌적한 실내분위기와 경쾌한 재즈음악, 또한 엄격한 금연수칙에다 괴상한 노트북을 가 져와서 열심히 무언가를 작업하는 사람들이 프랑스인들에게는 왠지 낯설기만 하다. 유행의 최첨단을 따르는 고급의상과 요리, 영화 애호가인 프랑스 인들은 끝까지 전통을 고수하는 보수적 꼴통의 기질이 있다. 또한 그들은 자국 문화에 상당한 자긍심을 갖고 있다. 프랑스인들은 자신만의 전통적인 카페문화를 갖고 있으며, 대부분의 프랑스인들은 스타벅스가 결코 그들의 카페문화를 대신할 수 없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다. 프랑스에서 카페는 공적인 문화의 장소이다. 사람들은 카페에서 사회문제를 토론하고 독서미팅을 갖는다. 시인, 예술가, 정치가, 배우 같은 모든 종류의 사람들이 카페에 모여서 동등하게 토론에 열중한다. 또한 과거에 상류층에게만 가능했던 ‘예술’에 대한 다양한 토론이 교양 있는 보통사람들의 테마가 되기도 한다. 카페는 프랑스인들에게 하나의 생활이다.

일상이자 예술, 카페를 사랑했던 사람들
프랑스의 카페역사는 16세기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1672년 파스쿠아 로제가 최초로 파리에 커피하우스의 문을 열었다. 1686년에 프로코피오 쿠토가 카페 프로코프(Cafe Procope)를 열기까지, 이 커피하우스는 도시의 모든 커피를 사실상 독점했다. 파리에서 가장 오래된 카페 프로코프는 오늘날까지도 앙시엔 코메디 거리에서 그 위용을 과시한다. 당시의 멋쟁이 신사들은 이국적인 검은 음료를 마시거나, 터키 복장을 한 웨이터가 서빙하는 고급스런 자기에 담긴 셔벗을 먹었다. 18세기 동안 내내 프로코프는 프랑스 지성의 산실이었으며, 당시 유행하는 스캔들이나 소문들의 집합소였다. 물론 모든 백과전서파들이 볼테르처럼 초콜릿을 탄 커피를 하루에 40잔씩 마시는 것은 아니었으나, 다들 프로코프에 꾸역꾸역 모여들었다. 벤자민 프랭클린, 존 폴 존스, 그리고 토머스 제퍼슨의 모습도 볼 수가 있었다.
이처럼 민주적인 혼합에도 불구하고, 거기에는 아직도 여성의 존재는 보이지 않았다. 독일에서는 여성들이 비교적 자유롭게 카페를 출입했으나 영국이나 프랑스에서는 카페가 오랫동안 금녀구역이었다. 그래서 여류수학자인 사틀레 후작부인은 파리에 있는 커피하우스에 들어가기 위해 일부러 남장을 했다. 혁명 기간 중에 프리기아 모자(끝이 앞으로 처진 원추형의 모자)가 자유의 상징이 되었는데, 이 또한 프로코프에서 처음으로 등장했다. 로베스피에르, 당통, 마라, 코르델리에의 정치클럽회원들은 카페를 회합의 장소로 이용했다. 왕정복고 이후에 또 다른 프로코프의 유명한 고객은 독일과학자 훔볼트였다. 그는 1820년대에 매일 11시에서 12시까지 프로코프에서 점심을 먹었다. 시인 알프레드 뮈세, 여류소설가 조르쥬 상드, 아나톨 프랑스 등이 모두 프로코프의 단골손님들이었다. 제2제정기에 레옹 감베타 같은 정치인들은 카페에서 세상을 바꾸는 사회개혁안을 구상했다.

슬로 라이프를 고집하는 프랑스 카페
프랑스인들은 커피를 몹시 진지하게 성찰한다. 커피는 위안과 안식을 주는 평온한 일상의 세리모니이며 친구와 연인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오붓한 공간이다. 또한 사색을 위한 조용한 휴지기(休止期)며, 세상이 굴러가는 대로 골(Gaule)족(프랑스인의 조상)이 세상을 바라보는 기묘한 방식이기도 하다. 정통 프랑스식으로 커피를 즐기는 방법은 언제나 서두르지 않고 느긋한 여유 자적함과 무사태평한 기질 속에 있다. 우리는 프렌치 카페가 인간의 정신세계에 기여한 막대한 공헌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세기의 연인 사르트르와 보부아르는 ‘레 두 마고’ 카페에서 싸구려 담배연기와 커피의 은은한 향 너머로 근대 철학을 연구했다. 혹자는 만일 수도 파리의 카페가 제공하는 사회적 네트워킹이 없었다면 프랑스 혁명은 불가능했을 거라고 호언장담한다. 이처럼 카페는 저마다 독특한 역사를 자랑하며, 비싼 머핀이나 케이크 판매를 촉진하고 주주들의 비위를 맞추어야하는 모던 라이프스타일의 커피숍과는 전혀 다른 독립적 정체성과 분위기를 풍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타벅스의 라테 바닐라나 모카치노에 열광하는 반면에, 프랑스인
들은 구태여 구식을 고집하며 오늘도 카페테이블에서 “보이, 에스프레소 커피 한잔!”을 기분 좋게 외친다.

김복래|파리대학에서 원래 경제사를 전공했으나 귀국 후에 유럽문화 쪽으로 계속 연구 활동을 해왔다. 현재 안동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은 책으로는 <프랑스가 들려주는 이야기>, <프랑스 문화예술, 악의 꽃에서 샤넬 No.5까지>, <종교로 본 서양문화>, <재미있는 파리 역사 산책>, <프랑스사>, <프랑스 왕과 왕비>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는 <조각난 역사>가 있다

       프랑스 카페를 읽다

카페를 사랑한 그들
크리스토프 르페뷔르|효형출판







유럽 카페 산책
이광주|열대림







카페 드 파리
박유하|황소자리







파리예술카페기행
최내경|성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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