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봉여성희망학교 인문학 강좌를 들으며
3년이 지난 일이지만, 믿어지지 않는 ‘말기암’ 진단과 10시간에 이르는 2번의 대수술, 그리고 사계절을 거친 항암치료의 고통이 가슴 아프게 다가온다. 지금도 병상을 떠나 있을 뿐, 나는 여전히 암환자로 살고 있고 ‘재발과 전이’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하지만 항암치료 때 다 빠져 버렸던 머리카락이 새로 한 올씩 나는 만큼 내 몸은 서서히 회복되어 가며, 건강을 자만했던 예전과 달리 내 몸에 대해 진중해지면서 그 소중함을 깨닫고 있다. 평생을 암세포와 더불어 살아야 하는 상황 자체는 내가 원하지 않았지만, 어쨌든 나는 이 상황을 이겨낼 수 있는 나만의 방법을 찾기로 했다. 치료 후 제일 먼저 한 것은 오랫동안 떨어져 지냈던 유학 가있는 아들을 찾아 중국으로 떠난 일이었다. 가족들과 떨어져 지낸 시간을 통해 헌신하는 가족의 마음을 헤아리게 되고, 남편에게도, 아이들에게도 진심으로 고맙고 미안하다고 말할 수 있는 엄마가 되면서 불치병이란 내면을 바꿔서 치유할 수 있는 병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유년시절부터 책을 좋아했었기에 자연히 지역 도서관을 자주 찾게 되면서 평소 관심이 많았던 인문 철학 쪽 서적을 탐독하게 되었고, ‘도봉여성희망학교’의 인문학 강의를 듣는 계기를 맞게 되었다. 주위의 아픔에 냉담했던 아집이 인문학 공부를 통해 이웃을 따뜻하게 보는 시선으로 바뀌었고, 건강할 때는 미처 깨닫지 못했던 주어진 것에 대한 감사가 밀려왔다. 머리로서가 아닌, 진정 가슴으로 느끼는 인문학이 되기 위해서는 책을 통한 것보다 현장에서 함께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의 호흡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지역에서 이루어지는 인문학 강의라, 지역 공동체의 일원들이 공유할 수 있는 부분이 큰 것도 반가웠다. 그동안 경쟁관계의 삶 속에서 치열하게 살아온 내가 큰무 고통을 맞아 저항 받는 삶을 살게 되면서 비로소 인간답게 살고자 하는 자각을 하게 되고, 나 자신을 뒤돌아보는 계기를 ‘도봉여성희망학교’에서 맞게 된 것이 다행스럽다. 이미 ‘죽음준비교육’을 통해 죽음에 대해 초연해지고 담대해졌으니, 이제는 살아가는 동안 그냥 의미 없이 살아가는 것이 아닌, 진정으로 살아 있음의 행복을 만끽하고 또 향유하며 인문학 실천의 삶을 살고자 한다. 아홉을 가지고도 미처 가지지 못한 하나에 대한 열망으로 절대적 빈곤을 호소하는 지인에게, 또 자신의 소중한 가치를 미처 모르는 친구에게 이 강의를 꼭 권하고 싶다. 나 또한 늘 조급했고 갈등하며 살아왔으나, 이제 그 굴레에서 벗어나 소소한 일상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긍정적인 사고와 삶의 여유로움을 얻었기 때문이다. ‘암’과의 악연을, 고통 끝에 얻은 자기 성찰로 맞이 할 수 있게 해준 인문학은 내게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라는 의미로 다가온다. 흐드러지게 핀 꽃들로 눈부셨던 봄날을 병원에서 맞았던 때를 생각하면 이 계절을 사는 지금, 나는 너무도 행복하다.
도봉여성희망학교
인문학강좌 3월 17일 ~ 9월 1일 cafe.naver.com/dbheemang
도봉시민회(박은희) 02-998-5682 / 방아골복지관(김희경 복지사) 02-3491-0500
여인숙|결혼 후 30년간을 사회 주부로 살아오며 주어진 상황에 열정을 쏟아오다 투병 생활을 통해 자신의 몸에 대한 가치를 깨닫고 치유에 힘쓰고 있다. 유학 간 아들과의 소통을 위해 시작한 중국어 공부, 내년에는 현지 대학에 가서 공부할 목표를 세워 배움에 열중하는 중이며 치유를 위한 여행도 간간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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