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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특집 문화선교리포트
산책로에서 만난 즐거운 생물학
위르겐브라터

12년 동안 과학을 배웠다. 실험시간은 즐거웠지만 수식만 즐비했던 고등학교의 물리시간과 반감기를 통해서 화석의 연대를 추정하는 지구과학시간의 이론시간은 항상 피해가고만 싶었던 시간이었다. 그렇다고 과학에 대한 관심이 영 없었던 것은 아니다. ‘정통’ 과학책 말고 과학 소설은 흥미롭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어렸을 때 엄마가 사준 파브르의 <곤충기>, 아이작 아시모프의 <에너지란 무엇인가> 정도를 읽었던 기억이 난다. 또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개미>, <타나토노트> 같은 소설을 좋아했다. 교과서의 딱딱한 편집이 싫었던 것이리라. 더 문제는 매학기 2번, 1년에 4번 치러야 하는 시험이었다. 세상에서 벌어지는 생생한 현장의 과학지식들은 박제되어 ‘정답’이 정해져있는 4지선다, 5지선다 문제가 되어 내 앞에 나타났다. 호기심은 ‘정답’을 위해 희생되어야 했다.
위르겐브라터의 <산책로에서 만난 즐거운 생물학>을 읽는다. 브라터는 강아지 ‘시나’와 산책하면서 발견하는 모든 것들에 대한 호기심을 보여준다. 저자는 매일 마주치는 일상에서 발견되는 모든 것들에 대한이야기를 생물학자의 관점에서 친절하게 해설해 준다. 여우가 왜 1월에 짝짓기 하는 지를 설명해주기도 하고, 꽝꽝 얼어붙은 얼음 아래 물고기가 살 수 있는 이유를 설명해주기도 한다. 한참 수목이 우거지는 4~5월의 숲을 보면서 광합성의 원리와 호흡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준다. 그냥 특별한 이유가 없으리라고 생각되는 것들이 사실 알고 보면 오묘한 섭리를 내포하는 경우도 발견하게 되고, 그 나름의 존재의 의미를 알게 된다. “나는 문득 자연에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생명체가 한 공간 속에 공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는 생물학적으로 보았을 때 모든 종류의 생명체가 주변 환경에 요구하는 바가 서로 다를 때 가능하다.”(p.51)
브라터의 책을 읽으면 잃어버린 주위 것들에 대한 호기심이 생겨난다. 뒷산에 올라 풍뎅이를 잡아 신기한 눈으로 관찰하던 8살 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주위의 존재들을 무관심한 눈으로 살펴보는 것이 아니라, 관심 어린 눈으로 살펴보고 또 그것들의 원리를 알려고 깨우치려는 생물학자의 초심이 떠올랐다.
최근 4대강 정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정말 ‘강’을 소중히 여긴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정비를 말하는 사람들을 보면 호기심 어린 아이의 눈은 아닌 듯하다. 주위에 대해 무관심하고, 감수성이 고갈된듯 보인다. 일만 하다 보니 일만 보이는 것과 마찬가지다. 소소한 것들의 소중함, 그리고 그 원리들에 대해 깨우치다 보면 조금 덜 비극적인 환경에 다가가지 않을까? 모든 것에 대한 이해는 그것들을 존중하는계기가 될 것이다. 관심을 갖고 바라보면 늘 새롭다.
양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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