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신정은 | 사진 노영신
사람이 궁금했다. 언젠가, 한국산 와인이라는 향유네 포도주, 그 정겨운 맛을 보고 난 이후부터 그랬던 것으로 기억한다. 혀끝에 불편하게 남는 찝찝한 단맛도 없고, 너무 독해 금방 세차게 뛰는 심장소리에 놀라 술잔을 내려놓지 않아도 되는, 그렇게 사람의 속도를 느리게 해주는 참 반가운 여유였다. 만든 사람의 선함이 포도송이에 알알이 배어, 그 고운 향기가 푹 익어 술이 된 게 분명하다고 직감했더랬다. 자신 있게, 외국에서 온 친구가 와 있다는 자리에 들고 가 ‘한국 와인’이라며 꺼냈던, 추억이 배인 이름이었다. 향유네. 그로부터 몇 년 후, 드디어 만났다. 매화꽃을 송긋 피운 작은 매화나무 밑으로 고개를 겨누면 두 눈에 안기는 나무 울타리를 넘어, 그들만의 보금자리 나무로 만든 집에서 향유네 아빠, 박종관 씨가 마중 나와 있었다.
사람이 궁금했다. 언젠가, 한국산 와인이라는 향유네 포도주, 그 정겨운 맛을 보고 난 이후부터 그랬던 것으로 기억한다. 혀끝에 불편하게 남는 찝찝한 단맛도 없고, 너무 독해 금방 세차게 뛰는 심장소리에 놀라 술잔을 내려놓지 않아도 되는, 그렇게 사람의 속도를 느리게 해주는 참 반가운 여유였다. 만든 사람의 선함이 포도송이에 알알이 배어, 그 고운 향기가 푹 익어 술이 된 게 분명하다고 직감했더랬다. 자신 있게, 외국에서 온 친구가 와 있다는 자리에 들고 가 ‘한국 와인’이라며 꺼냈던, 추억이 배인 이름이었다. 향유네. 그로부터 몇 년 후, 드디어 만났다. 매화꽃을 송긋 피운 작은 매화나무 밑으로 고개를 겨누면 두 눈에 안기는 나무 울타리를 넘어, 그들만의 보금자리 나무로 만든 집에서 향유네 아빠, 박종관 씨가 마중 나와 있었다.
귀 농 , 몸 으 로 사 는 삶
박종관, 김현 씨 부부는 침례신학대학교 재학시절 만난 동갑내기 친구다. 귀농해서 살자는 뜻을 맞춰, 대학 4학년 땐 땅을 보러 같이 여행을 다녔고, 1998년 2월 졸업식 바로 다음날 귀농해서 4월 결혼하고 지금까지란다. 귀농한지 11년째. 처음 3년은 머슴살이 하듯 농사일을 배우며 살았고, 이후 1~2년마다 옮겨 다니며 뜨내기 생활을 했다. 4년 전에야 땅을 구입했고, 작년에 비로소 직접 지은 집을 마련했다. 들으면 들을수록, 보면 볼수록 신기한 여정인데, 회상하는 부부는 뭐, 그랬어요. 라는 투로 덤덤하다. “신학교에 들어가 교회의 모순, 부조리 등을 보고 갈등이 있었죠. 당시 전 ‘무덤에 회칠한다’는 생각이었어요. 대안을 찾아 고민했고 동광원에 찾아갔는데, 무언가 특별한 게 아닌, 그냥 사시는, 살아가시는 모습에 제가 깨졌죠. 몸으로 사는 삶이 진정한 삶이겠다, 싶었어요.” 그냥, 살아가는 일. 이 어렵고도 쉬운 일이 누군가에게 깨달음을 줄 수 있는 모습이 된다니, 평온한 표정으로 말을 잇던 박종관 씨와 다르게, 듣는 이는 마음이 벌써 일렁인다. 이들 부부도, 벌써, 이미, 그저, 살아가는 중인가보다.
박종관, 김현 씨 부부는 침례신학대학교 재학시절 만난 동갑내기 친구다. 귀농해서 살자는 뜻을 맞춰, 대학 4학년 땐 땅을 보러 같이 여행을 다녔고, 1998년 2월 졸업식 바로 다음날 귀농해서 4월 결혼하고 지금까지란다. 귀농한지 11년째. 처음 3년은 머슴살이 하듯 농사일을 배우며 살았고, 이후 1~2년마다 옮겨 다니며 뜨내기 생활을 했다. 4년 전에야 땅을 구입했고, 작년에 비로소 직접 지은 집을 마련했다. 들으면 들을수록, 보면 볼수록 신기한 여정인데, 회상하는 부부는 뭐, 그랬어요. 라는 투로 덤덤하다. “신학교에 들어가 교회의 모순, 부조리 등을 보고 갈등이 있었죠. 당시 전 ‘무덤에 회칠한다’는 생각이었어요. 대안을 찾아 고민했고 동광원에 찾아갔는데, 무언가 특별한 게 아닌, 그냥 사시는, 살아가시는 모습에 제가 깨졌죠. 몸으로 사는 삶이 진정한 삶이겠다, 싶었어요.” 그냥, 살아가는 일. 이 어렵고도 쉬운 일이 누군가에게 깨달음을 줄 수 있는 모습이 된다니, 평온한 표정으로 말을 잇던 박종관 씨와 다르게, 듣는 이는 마음이 벌써 일렁인다. 이들 부부도, 벌써, 이미, 그저, 살아가는 중인가보다.
“교회는 제게 어머니에요. 근데, ‘못난’ 어머니 같아요. 떠날 수는 없지만, 그게 전부이지도 않은…. 교회는 지금도 저의 고민이에요. 현재진행형이죠. 물론 신학교에서의 생활들이 가치 없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교회는 나를 있게 한 호흡이면서, 동시에 참 안타까워요.” 흔들릴 줄 아는 사람은 아름답다. 교회에 대한 애증이있기에, 지금도 섬기고 있는 교회에서 전통을 가지되 시대에 맞는 그릇을 입히기 위해 바쁜 일상을 보낸다. 사회조직 중, 교회가 가장 바뀌기 힘든 곳이라는 생각이 든단다. 어쩔 수 없이, 또, 고개가 끄덕인다.
건 강 한 땅 을 만 드 는 것
가진 땅이 없었기에, 땅을 옮겨가며 뜨내기 생활을 해야 했다. 유기농을 고집해서 주인이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에게 농사란, 유기농법뿐이었고, 그건 곧 자신의 삶을 건강하게 경작해 가듯, 건강한 땅을 만들어 가는 일이었다. “유기농법은 선택한 게 아니에요. 자연스러운 거죠. 귀농 자체가 신앙고백으로 시작한 거였으니까. 당연한 것, 자연적인 것으로 가려는 모습이 농사일 자체에 투영된 셈이죠. 유기농법이 아니었다면 아무 의미가 없었을 거예요. 그래서 농사 수확은 잘 못 해요.” 그때, 부인 김현 씨의 지나가는 한마디, “꼴찌에요, 꼴찌!” 한바탕 웃음이 넘어간다.
이렇게 웃기까지, 이들에겐 자연스러움이, 누군가에겐 고집스러움으로 비춰져 고비 고비 넘겨온 길이 쉽지만은 않았으리란 생각이 든다. 왜 그만두고 싶지 않았겠는가, 땅도, 삶도, 늘 얄밉도록 정직한 것들인데. “소득이 없으니 수확철만 되면 힘들기도 했죠. 9월병이라고, 가을만 되면 막막했어요. 그런데 벼랑 끝에 섰을때가 오히려 더 솔직할 수 있었던 순간이더군요. 이게 더 좋은 삶이다, 추구하는 신념 같은 것들도 정말 힘든시기엔 내려놓을 수밖에 없어요. 그렇게 솔직해지고 나면 다시 ‘가치’를 붙잡게 돼요. 오히려 떠나지 않고 여기 남아있어야 한다는 확신을 얻죠.” 돌아보면, 연단이었다고 고백하는 그. 순간 속에서 마음을 되잡아 나간단다. 순간이 모여 이룬 세월에 마땅히 몸을 던져 ‘건강한 땅’ 을 만들어 가는 가족. 아, 좋은 땅에선 이렇게 착한 사람들이 사는구나. 문득 고개를 들어 천장을 보니, 하늘이 보인다. 새 하늘과 새 땅. 그 사이, 꼴찌라서 행복한 향유네가 있다.
시 골 에 서 교 육 이 란
딸 향유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아빠 박종관 씨는 더 바빠졌다. 교육이 피부에 와 닿는 고민이 된 것. 그는 학교라는 공간도 실험중이다. 작년엔 학교 운영위원회의 총무를 자진해서 맡아 학부모 강좌를 열었고, 올해도 벌써 예산확보를 다 했단다. 특히 근처 백화산 탐사대회를 통해 산에서 하는 수업에 학부모를 참여케 했고, 이를 정규 교육과정이 되게 했다. 단순히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가 아닌, 지역의 교육운동으로 확대시키고 싶은 마음도 있다. “학교의 운영이나 행정적인 부분을 바꾸면 교육이 바뀔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아니더군요. 구조를 바꾸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학부모들, 사람이 바뀌어야 한다는 걸 알았어요. 도시의학부모들 못지않게 성적위주의 경쟁력에 급급한 모습도 있고요. 저와는 다른 모습 속에서 교집합을 찾아내 같이 공유하고 고민해 가는 거죠.”
그는 향유도, 시골에서 사는 의미를 알고 있다고 믿는다. 가끔, 도시에 사는 아이들을 만났을 때 위축되는 모습도 있지만, 그건 순간 어른들도 헷갈리는 문제다. 그럼에도 귀농하길 잘했다는 확신이 아빠에게 있듯, 자연이 주는 긍정성을 바탕으로 향유 스스로 넘어설 몫이 있고, 잘 해 나가리란 생각이 든단다. 그에게 교육의 출발점은, 믿음이다. 사람에 대한, 학교에 대한, 교육에 대한.
향유네 가족
향유네 홈페이지에 소개 글을 보면, 글자 하나하나 감사가 넘친다. ‘두 발도 아닌 단 한발 한발 내딜 만큼의 길만 보여주시며 인도하셨다는 하나님’, ‘도와주고 힘주시는 벗님, 스승님’, 심지어 ‘농부로서 자부심을 가지게 해줬다는 소비자님’들도 챙긴다. 그 모든 만남을 감격의 이름으로 바꿔가는 셈. “홀로 섰다고 생각 안 해요. 어린 나이에 귀농해서 애쓰는 그런 모습들 예쁘게 봐주셔서 힘이 됐죠. 주변 사람들의 기다림 덕분이었어요. 그 이름 모두 문패로 집 앞에 달아드리고 싶은 심정이에요.” 이 겸손한 마음을 품어 작년엔 사람들을 초대해 집들이도 했다. 귀농 10년 만에 생긴 손수 지은 집에서 귀농기념식도 겸했다고. 늘 사람들을 향한 감사는 잊지 말고 살아야겠다는 다짐만, 쌓아온 세월만큼 고스란히 늘어간다. “‘생태적’이라는 말에 100점짜리는 없는 것 같아요. 내가 갖고 있는 생각에서 그저 한발 내딛는 가치들인 거죠. 그게 사람을 성장시키구요. 힘들어도 포기하지 못하는 무언가가 있는 이유는, 만남을 통해 열린 세계의 경험들이에요. 만남을 통해 감격했을 때가 참 많아요.” 앞으로 포도농사를 반으로 줄이고 생산자 네트워크를 만들어 나가며 그 만남의 그물을 더 펼칠 꿈도 꿔본다. 농장 안에서 서로 순환할 수 있는 고리를 만들어 내다 보면 외부의 투입을 더욱 줄여 자급자족이 가능해질 테니까 말이다. 혼자 해결하겠다는 게 아니라, 공동체적 부분을 포함해서다.
향유네 계량기는 거꾸로 돈다. 에너지를 줄이고 자급해야겠다는 생각에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집에서 쓰는 전기는 90% 가까이 직접 생산해 내고 있다. 거꾸로 돌아 응축한 에너지가 나중에 유용하게 쓰이는 것처럼, 향유네는 지금도 ‘거꾸로 방식’으로 새로운 세계를 열어가고 있다. ‘향유 아빠는 너무 진지해!’ 라고 핀잔을 주던, 유쾌한 향유 엄마 김현씨의 말이 귓가에 맴돈다. “과정이 지나면, 재밌네. 그래요. 그냥.” 거꾸로 돌리면, 이렇게 웃을 수 있는 거구나, 하고 나도 시간을, 세계를 되감아 본다. 감사하게도 힘이 생긴다. 필요할 때, 꺼내 써야지. 아직도 우린 과정 속에 있으니까.
향유네
경북 상주시 모동면 정양리 429
054-531- 3134
www.hyangyo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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