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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특집 문화선교리포트
작업실에서 맞이하는 가장 섬뜩한 풍경은 하루의 해가 내 얼굴 위로 지는 것. 즐겁게 헤매다 정신을 차
려보니,‘ 하루’라는 시간이 창가에서 작은 비행기처럼 이륙을 준비한다. 소심한 나는 이 장엄하고 무안한 순간에 주로 도망을 간다. 초고속의 빠르기로 달려가는 곳은 바로 부엌. 냉장고의 문을 열고 일 할 때는 잘 쓰지 않는 가제트의 팔을 뻗어 식재료를 꺼낸다. 15분 후면‘ 오늘의 스파게티’가 가뿐하게 완성된다. 직접 만든 요리를 기록한 수첩에 의하면, 지난겨울 동안 내가 만든 스파게티는 세상에! 무려 30인분이 넘는 양이었다. 혼자서 먹은 때가 대부분이니 작업실 도망 사건이 꽤 자주 일어난 것이다. 이쯤 되면 거의‘ 스파게티 중독’ 수준인데, 무엇에 중독이 될 때는 그 이유가 있을게다. 잠시 식탁에 앉아 머릿속에 밑줄이 그어진 스파게티의 장면들을 떠올려봤다. 고등학교 때 독서실 앞 편의점에서 한 밤중에 먹었던 모형 음식 맛의 무뚝뚝한 스파게티, 소개팅의 주선자로서 내내 친절하게 웃으며 먹다가 앞니에 까만 바질이 낀 줄도 몰랐던 까르보나라, 어린 시절 연애의 로망을 부풀어 오르게 했던 애니메이션속의 커플인(사람이 아니라 개)레이디와 트램프의 그 유명한 한 가닥 스파게티 씬 등 여러 사연이 점프컷으로 지나가다 갑자기 탁 멈춘다. 그것은 바로 오징어 먹물 스파게티.
무라카미 류의 단편에서 이 음식은‘ 작가의 스파게티’란 이름으로 불린다. 오징어 먹물이 작가가 즐겨 사용하는 검은 잉크를 상징하기 때문에 이런 별명이 붙여진 것이다. 바다냄새가 물씬한 이 스파게티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수많은 책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먼 북소리’의 시실리 편에도 나오는데, 그는 싱싱한 맛과 풍족한 양이 보여주는 박력을 경험해보길 추천한다. 하루키의 작품에 나오는 먹거리의 레시피를 모은 요리책을 있을 만큼 그의 글에는 다채로운 음식들이 존재감 있게 표현되는데, 스파게티는 주인공들이 혼자 만드는 음식으로 자주 등장한다. <태엽 감는 새>의 남자는 아내가 사라진 집에서 토마토소스 스파게티를 만들고, <댄스 댄스 댄스>의 그는 친구의 연락을 기다리며햄 스파게티를 만든다. <양을 둘러싼 모험> 속의 나는 혼자 남겨진 낯설은 별장에서 대구알과 버터 스파게티를 만들고 <스푸트니크의 연인>의 나는 그녀가 없어진 집에서 혼자 스파게티를 먹는다.


‘하루키는 맛 선생’이라는 나만의 카피와 함께 생각해보니, 지난겨울 나의 부엌에서 연재되었던 ‘오늘의 스파게티’는 토마토소스와 크림소스, 올리브 오일을 거쳐 오징어 먹물 소스실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식재료의 생생한 맛과 냄새, 이미지의 박력으로 홀로 있는 시간을 명랑하게 버틸 수 있게 해주었다. 얼마 전에 H 선생님의 작업실에 놀러갔다. 혼자 있을 때 즐겨 드신다는 스파게티를 점심식사로 만들어주셨다. 버섯과 브로콜리 등의 야채에 올리브오일을 넣고 만든 담백한 스파게티를 맛있게 먹으며 나는 흐뭇하게 중얼거렸다! 나도 혼자 있을 때 스파게티를 만들어 먹는데….


명랑 스파게티(명란젓이 들어간 올리브 오일 소스 스파게티)

재료
스파게티 면, 명란젓, 통마늘, 버섯(새송이나 송이버섯 등), 올리브, 양파, 건포도, 아몬드(땅콩이나 호두 등), 소금, 후추, 향신료(바질, 허브, 가루녹차 등), 올리브 오일

요리방법
1. 야채는 깨끗이 씻어서 손질한다. 마늘은 얇게 썰고 버섯과 양파, 올리브 등은 적당한 크기로 썰어놓는다. 건포도는 물에 살짝 불려놓고 아몬드는 적당한 크기로 부순다.
2. 스파게티 면은 끓는 물에 넣고 익힌다. 일인분은 대략 엄지와 검지로 잡을 수 있는 정도인데 먹는 양에 따라 개인차가 있을 것이다. 이태리식의 조리법에 따른 스파게티는 우리 입맛에는 좀 덜 익은 느낌일 수 있다. 대부분의 스파게티 면은 오래 삶아도 불지 않는 편이므로 식성에 따라서 판단한다.
3. 넓은 프라이팬에 올리브 오일을 넉넉히 넣고, 1의 야채를 넣어 소금, 후추, 향신료를 간에 맞게 뿌리고 익힌다.
4. 3의 야채가 다 익으면(매운맛의 마늘 익히기에 주의) 삶은 스파게티 면에 명란젓을 간에 맞게 잘라 넣고 함께 볶는다. 마무리로 건포도와 아몬드를 넣고 조금 더 볶으면 완성.

※ 명란젓은 함께 볶으면 비린 맛은 사라지고, 짠 맛은 자연스럽게 면에 붙는다. 프라이팬을 닦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을 수 있지만, 치즈가루를 뿌린 듯 다정한 맛이 나는 명란젓의 명랑한 활약을 직접 경험해보시길 추천한다.


송유경|이야기와 사진, 요리와 노래 만들기를 좋아하며 이와 관련된 다양한 작업들을 하고 있다. 작가주의 애니메이션 배급을 하며 책을 만드는 회사인 라바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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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문화매거진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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