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리와 말썽꾼들 | 존 그리건
<말리와 나>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존 그리건의 <말리와 말썽꾼>을 읽던 날 밤이었다.
책에 빠져 한참을 허우적대다 머리도 식힐 겸 샤워를 하고는 순간, 나는 문득 발 매트가 쓸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벌써 3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녀석을 생각하면 애잔한 그리움과 함께 행복한 미소가 떠오른다. 햇수로 3년을 동고동락하던 ‘곰순이’는 늦은 밤 내가 샤워를 하러 욕실에 들어가면 발 매트 위에 드러누워 설핏 잠이 들곤 했었다. 한참 지나 문을 열면, 내 방으로 가려
고 먼저 앞장을 선다. 내가 잘 따라오나 가끔 곁눈질도 하면서…. (욕실로부터 방까지는 불과 6발자국 정도) 마침내 방문을 열면 침대 옆 쿠션을 구름판 삼아 침대 위로 잽싸게 튕겨 오른다. 그리곤 내가 침대로 올라오길 기다렸다, 슬그머니 내 등에 자기 등을 맞댄다. 아! 살짝 뜨거운
그것은 아마도 개와 나눌 수 있었던 완벽한 사랑이 아니었을까. 존과 말리가 그랬던 것처럼…. 언어가 서로 달랐고, 녀석은 나의 음식을 극도로 탐했으며, 내 산책 방법이 조금 서툴렀을지라도 우리는 서로 사랑하고 있음을 느끼고 있으며 신뢰했다(소통이 가능해도 서로의 사랑을 의심하기란 얼마나 쉬운가). 나는 녀석을 통해 사랑을 표현하는 법을 배웠다. 존이 말리를 통해 성장했던 것처럼, 반려동물을 키우다보면 그 동물을 통해 무언가 인간을 더 잘 이해하게 되는 순간이 오는 것 같다.
그의 새 책 <말리와 말썽꾼들>은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지에 기고한 칼럼을 모은 것으로 각 에피소드마다 이야기를 풀어내는 그만의 위트가 자연스레 녹아있다. 곳곳에서 말리를 추억하는 그의 진한 애정을 느낄 수 있고, <말리와 나>처럼 잘 읽히며, 소소한 감동이 있는 주변인들의 이야기가 감동을 준다. 청각 장애인인 딸이 무대위에서 바이올린 연주하는 모습을 눈물겹게 지켜봐주는 어머니, 열여섯에 아기 엄마가 된 미혼모가 되찾은 아름다운 인생, 11년 동안 자신을 지켜봐 준 시베리안 허스키를 위해 북극에 가서 그의 뼈를 뿌려주는 주인 이야기등 한 편, 한 편 마치 짧은‘ 인간극장’을 보는 듯한 울림이 있다. 험한 세상을 헤쳐 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 가족에게, 그리고 말썽꾸러기 동물들에게 있음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준다고 할까? 그들은 우리에게 위로 그 자체이며, 그들과 함께여서 우리는 삶을 향한 끝없는 긍정과 믿음을 품게 됨을 이야기해준다.
모름지기 직격탄으로 날아오는 직설적 교훈보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스스로 체득하게 되는 교훈이 더 오랜 여운을 남기는 법. <말리와 말썽꾼>들을 읽노라면 먼 나라의 이웃들의 삶 속에서 돌아보게 되는 내 삶과 내 주변인들이 있다. 그래, 사람이 있어 그리고 말썽을 피워도 사랑스런 그들이 있어 삶은 오늘도 즐겁다.
글 정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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