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알친구 영훈이의 동생 영균이가 암으로 투병한 지 벌써 1년이 넘었다. 항암치료라는 것은 사람을 어린아이와 같이 만들어 온 몸의 털도 다 빠지고, 면역력도 갓 태어난 신생아처럼 그렇게 가볍게 만든다. 내가 처음 백혈병 판정을 받고, 무균실에 들어가서 면역치료를 받을 때도 독한 약을 써서 그런지 온 몸의 털이 죄다 빠져나갔다. 항암을 하게 되면 정자은행에 정자를 맡기게 된다. 내 몸에 많은 약물이 들어가기 때문에 아이를 갖게 된다면 그 아이에게 해로운 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이제 남자 구실 하기는 틀렸구나. 진짜 좋은 남편, 아버지가 되고 싶었는데….’
라고 중얼거렸다. 고등학교 때 장래희망을 묻는 선생님 앞에서 “좋은 남편, 아버지가 되고 싶다.”고 이야기 했다가 아이들이 엄청 웃어서 완전 쪽팔렸던 적도 있다. 오랫동안 품었던 내 꿈이 산산조각 나버리는 느낌이었다. 다행히 항암치료도 하지 않고, 골수이식도 없이 급속히 회복이 되어서 이렇게 퇴원해 생활하고 있지만, 사실 산다는 건 매 순간마다 위태위태하게 느껴진다. 하나님이 부르시면 가야한다는 생각이기는 하지만 조금만 더 좋아하는 사람들과 머무르게 해주셨으면 하는 욕심이 든다.
영균이를 보러간 날, 두 손을 꼭 쥐고 기도를 하다가 눈물이 뚝뚝 떨어져 꼭 잡은 녀석의 손과 내 손을 적셨다. “하나님, 제발, 제발 영균이가 건강해지도록 도와주세요. 당신의 뜻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이 불쌍한 어린 양을 데려가셔서 당신에게 무슨 큰 이득이 있기에 이렇게도 고생시키십니까. 아버지 제발, 이 아이를 도와주세요.”라며 건방지고 오만한 기도를 드렸다. 주님께서 이끄시는 대로 받아들여야 되는 걸 알면서도 나는 가끔 이렇게 주님께 대든다. 하지만 주님께서 영균이를 생과 사를 넘어 보호해주실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얼마 전 영균이의 홈피에서 이런 글을 보았다. ‘처음 병을 진단받았을 때 아, 이제는 정말 내가 좋아하는 농구를 할 수 없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난 초기화된 것뿐이다. 하나하나씩 새롭게 쌓아가다 보면 어느새 이전보다 더 건강해져 있을 것이다.’
그래. 너를 믿는다. 그리고 너를 축복한다. 그런 마음으로 살기 때문에 넌 이미 병을 이긴 거야. 아픔이라는 나약한 감정에 사로잡히지 말자, 그건 그냥 보잘 것 없는 감각일 뿐이니까. 그 놈은 너를 잠식시키지 못해. 니체가 말하고 다른 철학자들이 말하던 ‘초인’을 넌 이미 넘어선 거야. 그래 넌 초사이어인이야. 1단, 2단, 3단 그렇게 하나씩 변화되다 보면 엄청 강해져 있을 거다. 그리고 게임을 할 때는 꼭 하나님이랑 해야 되는 거 잊지 마. 하나님은 너를 초사이어인이 아닌 ‘슈퍼 초사이어인’으로 만들어주실 테니까…. 파이팅!
강승구|살면서 가족만큼 힘이 되는 게 없는 것 같다.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모든 예술 매체를 사랑하지만 그중에 책 읽는 게 가장 좋은 20대 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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